얼마전인 지난 5월 21일(임명일자는 4월 19일) 마산 구암성당에서 마산교구 소속 3명의 신부에 대한 몬시뇰(Monsignor)서임식이 있었다.
이「몬시뇰」이란 명칭은 아직 많은 신자들에게 생소한 느낌을 주면서 그 정확한 뜻을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용어이다.
생소하다는 것은 그만큼 희소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알고보면 이 용어는 교회의 보편화된 통용어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기 보다는 이 직위의 명칭에 대해 묘한 거부심리가 없지 않은 것 같다.
몬시뇰 직위에 대한 거부반응의 심리적 배경이 어떻게 형성됐고 어디에서부터 연유되는지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겠으나, 몬시뇰이라는 직위가 한국교회에서 60년대 말 자취를 감추었다가 80년대에 들어 새롭게 부각되면서 나타난 현상에서 파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의 첫 몬시뇰은 1927년 초대 평양교구장을 역임한 메리놀회 선교사 방 빠뜨리치오 몬시뇰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방 몬시뇰은 주교가 되어 1947년 초대 교황사절로도 활약했다.
방 몬시뇰 이후 한국교회의 몬시뇰 직위 소유자는 목요한 몬시뇰(1930년ㆍ평양교구 제2대 교구장ㆍ메리놀회), 임오엔 모시뇰(1937년ㆍ광주교구 초대교구장ㆍ꼬롬반회), 와끼다 몬시뇰(1942년ㆍ광주교구 제2대 교구장ㆍ일본인), 안빠뜨리치오 몬시뇰(1949년ㆍ광주교구 제3대 교구장ㆍ꼬롬반회), 안데오르지오 몬시뇰(1950년ㆍ평양교구장ㆍ서리), 이디모테오 몬시뇰(1952년ㆍ함흥교구ㆍ덕원면속구장 서리) 등 1952년대 까지 7명에 달했다.
1950년대 초반까지 임명된 7명의 몬시뇰은 모두 외국인 이었으며 첫 한국인 몬시뇰은 1961년 5월 4일에 탄생됐다.
첫 한국인 몬시뇰인 김창현 몬시뇰은 1969년 8월 28일 광주대교구 부 주교겸 남동주임 재임시 불의의 교통사고로 선종했다.
김창현 몬시뇰 탄생 2년 후인 1963년 3월 30일 당시 부산교구 부주교였던 장병화 신부(現 마산교구장ㆍ주교)가 한국인으로서는 두번째 몬시뇰로 임명됐다.
이렇게 60년대 초반 단두명의 몬시뇰이 임명된 후 한국 주교회는 근 20년간 몬시뇰을 배출하지 못하다가 지난 1981년 10월 5일 대구대교구의 원로사제인 이기수 신부ㆍ이명우 신부ㆍ전석재 신부 등 3명이 동시에 몬시뇰로 임명되면서 몬시뇰 양산(?)의 가능성을 예고해 주었다.
이들 3명의 몬시뇰은 김창현 몬시뇰의 작고(1969년), 장병화 몬시뇰의 마산구장 주교임명(1968년)등으로 60년대에 탄생한 한국인 몬시뇰 2명이 모두 사라진 후 12년 만에 등장했기 때문에 많은 신자들은 한국인 몬시뇰을 희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81년 3명의 몬시뇰 탄생후 84년 10월 12일 오지리「그랏쯔」교구 소속의 선교사인 박기흥 신부(대구 근로자회 관장)가 이색적으로 몬시뇰로 임명됐으며 한국인으로서는 첫 성청의 교관으로 주 엘살바도르 교황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청주교구 소속의 장인남 신부가 관례에 따라 지난해 6월 15일 몬시뇰로 선임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지난 4월 19일 마산교구 소속의 원로사제 3명이 몬시뇰로 임명돼 한국교회의 몬시뇰은 한국인 6명(이명우 몬시뇰은 84년 작고), 외국인 2명(주한 교황대사관 비서는 제의) 등 8명이다.
몬시뇰 탄생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사제의 탄생 때마다 이를 기뻐하듯이 사제의 경륜을 쌓은 원로사제들이 몬시뇰로 임명되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최근 마산 구암성당에서 거행된 3명의 몬시뇰 서임식장에서 몇몇 소장 사제들이 몬시뇰 서임을 별로 달갑지 않게 치부해버리는 태도를 보고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몬시뇰이란 직위자체가 쓸모없고 따라서 없어지는게 바람직하다는 말인가?
한국교회의 근세사를 살펴보면 몬시뇰들은 그 직위에 상응한 신분으로 큰 역할을 해왔다. 오히려 지금은 60년대초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교세가 팽창하였고 사제수도 숫적인 면에서 급증했기 때문에 신부와 주교의 중간 신분자라고 할 수 있는 몬시뇰 직위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로마에서는 『몬시뇰 아닌 사람이 더 유명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몬시뇰이 많아 희소가치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1천3백여명이 넘는 신부 가운데 몬시뇰은 불과 8명, 0.6%선에 불과하며 주교단 숫자의 절반도 채 못되고있어 앞으로 몬시뇰의 추가 서임이 요청되고 있다.
덕망이 높은 원로성직자, 그리고 각 교구의 부교구장, 주교좌 본당 주임, 대신학교 학장 등은 몬시뇰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분들이다.
몬시뇰 임명은 교구장의 추천에 따라 교황이 임명하지만 교구장의 추천만 있으면 별다른 하자가 없는 한 승인되는 것으로 알고있다.
한국교회에서 몬시뇰 제도에 부분적으로 거부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몬시뇰 임명이 현재 일부교구에 편중돼있는 데다가 서울대교구에 단 한명의 몬시뇰도 없었다는데서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여하튼 몬시뇰이라는 직위에 대한 갖가지 의견은 접어두고, 선배를 공경하는 풍토가 사제들의 세계에서부터 드러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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