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계신다면 이렇게 안간힘을 다해 살아보려는 나를 못 본체하고 내버려둘 수가 있단 말인가?』하느님도 인간도 모두 밉고 원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렇듯 착잡한 마음으로 매일 술을 마셨고, 취하면 아이들과 아내에겐 손을 못 대고 머리를 벽에 짓찧으며 자학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두 손 모아 기도하고 계시는 성모상이 위선적인 것으로 느껴져서 내동댕이쳐 박살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하느님 안에서의 깨달음이 없었고, 모든 것을 내 본위로만 생각하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렇듯 사탄의 올무에서 벗어나서 못하고 자포자기하며 욕구불만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렵고 세상만사가 귀찮게만 여겨져서 두문불출하며 스스로를 철창 속에 가두어놓았고 성격은 괴벽스러워져서 집 안에서 갖은 짓을 다했습니다.
인생 포기의 잔을 네 번이나 거푸 들었지만 하느님께서는 구데기 만도 못한 것을 끝내 내쳐 버리시지 않으시고 꼭 붙잡아 주셨으며, 당신께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셨습니다.
마지막 음독 때, 꼭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소주 한 병과 수면제 스무 알을 먹고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이 못난이 쓰레기가 간청합니다. 이번만은 꼭 죽게 해 주십시오. 이 세상 살기가 너무도 괴롭고 남들에게 짐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죽어야 저도 편하고 가족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저의 죄 값은 지옥에 가서 갚겠습니다』하고 어처구니없는 기도를 되풀이 하다가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이들도 학교에 가고, 아내도 직장에 간 뒤였는데 서울 사는 동생 내외가 찾아 와서 살려주었습니다.
그때 깨어난 뒤, 머릿속은 텅 빈 것 같고, 마치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뒤의 폐허화된 들판에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다시 살아난 것이 후회스럽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전혀 없고, 지금까지 살아 온 과거가 파노라마와 같이 스치고 지나가면서 엄청난 죄악의 생활이 뉘우쳐짐과 함께 통회의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것이었습니다.
몇 번의 죽음에서 이 죄인을 살려 주셨고, 생명을 붙여 주신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자신에게 가했던 학대가 바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행위였고, 가족과 부모님, 그리고 형제들에게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통을 드리고 괴로움을 드렸는지! 하찮은 존재인 이 인간쓰레기를 하느님께서는 귀하게 여기시고 사랑해 주셨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살아온 과거가 너무도 죄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역경에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확고한 믿음 안에서 견디어내며, 애들의 뒷바라지와 가정을 지키는데 이바지해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저의 지금까지의 삶은 한 마디로 광야의 생활이었습니다. 하느님을 멀리 떠나 사탄이 우글거리는 광야에서 빛을 잃고 헤매이던 비참한 존재였습니다. 그러한 저를 건져주시고 당신의 사랑 그 크신 자비를 알고 깨닫도록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깊은 감사를 드렸습니다.
저는 MㆍE(메리지 엔카운터)를 가면서 신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1976년 1월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미국인 부부들을 위한 MㆍE가 시작되었을 때 저희 부부는 본당신부님의 추천으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저희 부부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었는데 하느님께서는 보잘 것 없는 저희에게 정말 큰 선물을 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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