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값 폭락으로 농민들이 또 다시 외치고 나섰지만 정부도 사회도 교회도 냉랭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농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아픔에「한마음 한몸」이 돼 동참하기 위해「단식기도」란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지난 2월 2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8일간의 단식기도를 끝낸 4명의 사제 중 한명인 한국가톨릭농민회지도 김승오 신부의 말이다.
농민문제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갖고 여러 방명으로 노력하겠다는 언질과 함께『단식을 이제 그만 뒀으면 좋겠다』는 김수환 추기경의 권고에 따라 이들 사제들은 의논 끝에 단식을 풀었다는 후문이다.
단식기간 중 서울의 젊은 사제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신자ㆍ미신자들이 찾아와 격려했으며, 특히 사건의 시발지인 임실에서 올라온 농민들과 단식사제들과의 짧은 대면은 사제가 농민을 사랑하고 있고 농민이 사제를 존경하고 있다는 것을 말은 없어도 서로간 피부 깊숙이 느낄 정도로 단식은 긴 대화ㆍ만남 이상의 효과를 거둔 부분도 있었다고. 이들 사제들의 요구사항인 고추 전량 수매와 시위 농민 석방 등의 내용과 더불어 박창신 신부 테러사건 및 오룡동ㆍ전동성당 방화사건의 조속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또다른 사제들의 단식이 1월 중 전주에서 있었다.
그리고 지난 86년 6ㆍ29전 4월에는 호헌철페 민주개헌을 요구하는 사제들의 단식이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돼 12개 교구 3백여 사제가 동참,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그때그때마다 사회참여적인 요구사항은 다르지만「생명포기」와「생명나눔」의 두 가지 의미로 집약될 수 있는 사제들의 단식은 이렇듯 이제는 보편화된 느낌이다.
그러나 사제들의 단식문제를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공생활 시작 전 40일간 단식을 했고 우리도 사순절 단식재를 지키고 있으며 또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에 온 몸으로 동참하면서 자신의 삶을 반성한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원래 외진 곳에서 행하는 것이 원칙인 단식을 눈에 보이는 시위ㆍ항의로 잘못 전달되고 있다는 부정적 측면이다.
이와 관련, 단식기도를 한 바 있는 한 신부의 말이 떠오른다. 『사제들의 단식은 사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행하려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지 최선책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방법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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