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월 28일 가톨릭회관에서 개최한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정기총회 중 배문한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가 「성체대회와 우리의자세」를 주제로 행한 강의를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註>…◇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주제로 오는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성체대회를 앞두고 성체대회가 무엇을 하는 것이며 성체성사의 뜻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우리는 어떠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지에 대해 묵상해 보겠다.
첫째, 성체성사는 가톨릭교회의 특성이요 심장이라 할 수 있다. 성당 안에 성체가 없으면 성당이 아니라 예배당이 되듯이 가톨릭교회 안에 성체성사가 없으면 가톨릭은 개신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 문헌 중 교회헌장(11항)은 성체성사를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요 정점이라 했고 일치교령(15항)은 교회 생명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성체성사는 생명의 양식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요, 내가 주려고 하는 빵은 곧 나의 살이며 그것으로 세상은 생명을 얻을 것이다』(요한 6, 51). 우리는 확실히 이 말씀을 믿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살과 피는 영생을 보장하는 생명의 약이다. 암에 대한 특효약이 있는 줄 알면서 이를 암으로 죽어가는 형제에게 얘기해 주지 않는다면 그 형제에 대한 사랑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성체성사를 생명의 빵이라 믿으면서 이를 다른 형제에게 얘기하고 인도하지 않는다면 사랑이 없든지 이를 믿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성체대회는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살과 피이며 이는 영원한 생명을 보장하는 영생의 약임을 선포하는 행사이다.
셋째,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주시는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선포하는 것이 성체대회라고 볼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주셨다. 온천하 만백성에게 당신의 살과 피를 주시기 위해 성체성사를 세우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이 세상의 전쟁과 기아 불의 등 인류의 비참에 무관심하다고 할 수 있겠느가. 인류의 비참 중 가장 큰 비참은 인간이 죽는다는 사실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 주셨고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믿고 가까이가면 영원히 살게 해주신다.
넷째,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선포하는 것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생활로 증거해야 하는 것이다.
희생과 봉사의 생활로써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증명하는 삶은 세계성체대회에선 한마음 한몸운동으로 나타난다.
헌혈과 장기기증ㆍ헌미ㆍ입양 및 결연운동 등으로 한마음 한몸운동은 성체대회의 액세서리 운동이 아니라 본질적인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 운동이 없다면 어쩌면 성체대회는 순전히 제도적이요 필연적인 행사요, 알맹이 없는 겉치레 행사가 되고 말 것이다.
그동안 우리교회는 가난하고 병들고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많은 일을 했지만 성체대회를 기해 모든 신자들이 사랑의 하느님을 모신 사랑의 아들 딸임을 이 사회에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뭣인가를 확살하게 화끈하게 보여주어 신선하고 충격적인 자극을 이 사회에 줄 필요가있다. 천주교회가 사랑의 교회임을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리고 이러한 운동은 성체대회 페막과 더불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이를 계기로 더욱 확장되어 그리스도의 참모습, 교회의 참모습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우리가 사랑이 되려면 이 성체성사를 통해 가능하다. 예수께선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를 특별한 인간, 새 인간 그리스도를 닮은 부활한 인간, 즉 사랑의 인간을 만들고자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체를 자주 영하며 그분과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성체대회는 이러한 사랑의 인간이 되기 위해 그리스도의 살과 피야말로 그리스도를 닮아 사랑의 인간이 되게 하는 보약임을 선포하는 것이다.
여섯째, 성체성사는 민족 구원의 열쇠일뿐 아니라 온 땅에 하느님 나라 건설의 열쇠이다.
육당 최남선 선생은 그의 개종 선언문에서 가톨릭으로의 개종은 애국적 동기에서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의 신앙 선조들이 이 땅에 천주교를 영입한 것은 단순히 종교적 차원만이 아니고 이 민족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애국적 차원도 있을 것이며 우리 순교자들은 단순히 위주(爲主) 순교만이 아니라 위국(爲國) 순교라고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 5%의 천주교 신자들이 50%나 70%이상 된다면 , 또 이 70%신자가 이름만이 아닌 그리스도를 닮은 사랑의 인간이 된다면 이 나라는 어쩌면 법이 없어도 좋을 사랑의 나라가 되지 않겠는가. 이를 위해 신자 개개인이 먼저 사랑의 인간, 새로운 인간이 돼야 한다.
뭣보다 우리 안에 사랑의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선 우선 성체성사를 통하는 길밖에 더 좋은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열심히 복음을 전해 많은 이들이 가톨릭교회의 진리를 알고 영세, 성체의 참뜻을 깨달아 성체의 정신으로 살아감으로써 새로운 사람, 사랑의 인간이 되도록 해야겠다. 신자로서 열심히 전교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애국자라고 할 수 있다. 전교는 바로 구국운동이요, 애국운동이란 신념으로 복음전파에 힘써주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성체대회가 우리 가톨릭신자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고 모든 이에게 기쁜소식을 전하는 잔치가 되려면 각계각층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다.
예컨데 한국적 전례를 보여주자든지, 참된 평화는 정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니 사회 정의구현에 노력하자든지, 참된 조국의 평화는 조국통일에 있으므로 통일 운동에 교회가 앞장서고 우리 잔치상에 북한 동포를 초청하자든지 고통도 받고 버림받는 이들도 생각하는 성체대회를 하자는 것 등이다.
그리고 한국교회의 외적 성장에 못지않게 내적인 질적 변화도 그 절박성을 더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세계성체대회는 한국교회가 진정 교회다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돼야겠다.
<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