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신부가 단식을 하느라 꼴이 엉망이 되었으니 몸보신을 시켜야 되겠다는 교우들의 성화로 그많은 건강식품 중에서 하필이면 강아지들에게 비상이 걸릴게 무엇인가! 공부하는 손주녀석 등록금에 보태려고 키워온 강아지를 기어코 팔아야만 직성이 풀리시겠다는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언제든지 한말씀만 하소서」하고 말하는 정성 지극한 형제들도 있다.
생각해 보면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탄광촌 단식이기로서니 어쩌면 시골의 면서기 하나 눈깜짝 하지않는 판에 애매하게 강아지들에게만 계엄령이 걸릴 수 있단 말인가! 창고 같은 방에 스치로플 담요 한장으로 한주일, 그것도 양치질을 못해서인지 목욕을 못해서인지 근래에는 보기도 귀한 쥐벼룩같은 것이 수물수물. 먹히지도 않는 물을, 생전에는 쳐다도 안보던 닭똥집, 과자, 짜짜로니, 떡볶이로 생각하여 억지로 마시며 호헌철폐 민주개헌에 대한 투쟁을 했건만 엉뚱하게 죄없는 강아지들에게 비상이 걸릴게 무엇인가!
올림픽 정책에 죽어나는건 서민들뿐이요 이웃집 잔치에 죽어나는건 우리집 돼지라더니 촌신부 단식에 죽어나는건 촌강아지들 뿐이라.
하기야 단식하게 만든이들이 강아지들보다 나을 것도 없으니 위로를 받을 수 있었고 단식기도한 덕분에 쓸데없는 뱃살이 빠져 좋기도 했지만 그래도 단식하게 만든이들은 내몫까지 다 먹어서인지 얼굴이 수퇘지「그것」처럼 거무퇴퇴하게 그을은 건강한 모습으로 돌보여 『젠장, 나만 손해 봤네』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단식으로 꼴이 틀려버린 본당 신부를 생각하여 「한말씀한 하소서 그대로 이루어지이다」하는 성화가 드세다한들 내 어찌 속에 있는 말을 다 할수 있었겠는가!
본전생각을 누르고 나도 이른바 『고뇌에 찬 결단』을 했다. 『나의 허락없이 보신탕 운운하지 마십시오』
그러던 어느날 예비교우들이 초청을 하기에 달려가보니 발을 들여놓는 순간 꿈에도 못잊을 구수한 냄새가 내 코끝을 흥분시켰다. 눈치를 채고 속으로는 침을 꼴딱 삼키면서도 겉으로는 엄숙하게 『왜 허락없이 사건을 저질렀나요』했더니 『신부님께 보고하면 못하게 하실까봐 그랬지요』한다. 『못하게 하긴 왜 못하게 합니까 죽기전에 종부성사 줄려고, 그랬지요』하자 『신부님, 이 강아지는 영세를 안받아서 종부를 못줍니다. 그래서 대신 저희가 대세를 주었어요』하지 않겠는가. 기가 찰 재치이다. 어찌 강아지에게 대세를 주었겠냐마는 오늘도 나는 나를 단식하게 한「한양」의 진짜 강아지들의 대세 날짜를 고대하며 석탄먼지앉은 저녁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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