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신문이냐 텔레비젼을 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불과 일년 전만해도 서술이 시퍼런 사람들이 재판대에 초죽음으로 서있는 모습을 보거나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오만불손한 자세를 일삼는 모습도 본다. 어떤 자세를 보이건 그동안 절대적으로 성역시 되어왔던 모든 사안들이 아직까지도 피상적일 수밖에 없는 정도이지만 하나씩 하나씩 그 본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5공화국 비리다 광주사태다 하는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 진심을 들추어내는 작업이 아침저녁 매스미디어를 통해 떠들썩하게 하는 것이 바로 국정감사활동이다. 실로 16년 만에 실시되는 국정감사를 통해 그동안 무심코 간과하고 지나쳤던 일이나 풍문으로 듣고 있었던 것들이 사실로 현실화 되는 과정은 국민의 한사람으로 분노하면서 한편으로는 해도 너무 했다는 심경뿐이다. 이는 마치 국가를 조그마한 구멍가게 관리하듯 했다고나 해야 할까? 아니면 속된 표현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말긴 격으로 표현해야 할까?
우리 사회가 무엇이 잘못되어도 대단히 잘못된 것 갈다.
몇 백원 정도의 물가상승에 행여나 하고 가슴조이는 사람에게나 올림픽이후 물가상승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겠느냐고 지레 절약형 가게를 유지하려는 층에게 느껴오는 감은 어떨까?
산업화 이후 사회적형평과 천부인권을 외치면서 몇 푼의 가족수당과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외치던 그 많은 노동쟁의에서 요즈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러한 여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푼 두푼 모아서 청사진을 그려보다가 닭 쫓던 개처럼 먼 산만 바라보는 층에게는 전화 한 통화 결재도장 하나로 천문학적인숫자의 금액이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예 모르겠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제도를 이용한 공금낭비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하는지 다시 한 번 사회인심을 점검해 보고 싶은 심정이다.
이러한 사회구조의 모순이나 사회지도층 일각에서 보여주는 부도덕성과 비윤리성이 팽배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사회발전이 유지되고 있는 힘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우리민족의 우수성과 민중의 헌신과 희생의 산물이라고 생각된다. 실로 반만년의 우리역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상상할 수 없는 오욕과 찬탈의 악순환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끊임없이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로 일관해온 것은 항상 피지배자로 위치지어진 민중들의 희생과 불사조 같은 열정에 근거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해방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면에서 자주성과자립의 목표는 가장 중요한 발전가치로 항상 추구되었다.
그럼에도 6ㆍ25 민족전쟁, 4ㆍ19혁명, 그리고 5ㆍ16군사 쿠데타 등의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도 국민대다수가 흐트러짐 없이 오직 현재의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하는 지기의지요 민족의지에 의해서 오늘의 한국사회를 지탱케 하는 원동력이라고 보다.
지금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아마도 이렇게 자강되고 자존적인 민족의식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의 특성 중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수준 높은 성취동기이다. 전통적으로 가족주의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가문의 지위와 명예를 높이고 번창하게 해야 한다는 가문중심의 높은 성취동기를 일으켜왔다. 가족주의적인 성취의식이 물론 많은 문제점과 부작용을 낳고 있지만 개인적인 성취를 통해서 자기획득을 꾀 하려는 긍정적의식이 한국사회의 동적 변화와 발전에 기여한 의식행위라고 본다. 이것이 현재보다는 적어도 잘살아 보아야겠다는 자기욕망 의 세계를 구축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을 설명할 때 서구 기독교 문화에서 정리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나 소명의식으로의 직업윤리가 항상 강조되지만 한국에 있어서 가족주의적 성취동기는 한국자본주의의 기본정신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본다. 가족주의적 집합의식에서 동기 되어진 한국사회의 다양한 변화와 발전은 점점 이러한 전통의식에 입각한 자세에서 합리성이 강조되고 요청되는 시기로 전환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본인은 한국자본주의를「한의 자본주의」라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개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부정적요소가 완전히 제거된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사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상대적 박탈감이 중요한 부정적 요소로 지적된다. 첫째로 상대적 박탈의식은 기대감과 현실감의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의식으로 사회 불만의 원인이 된다. 한국인의 기대상승 욕구가 성취동기와 기회상승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사회발전의 심리적 원동력으로 작용했으나 이러한 높은 수준의 기회상승은 사회발전 특히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간의 격차를 벌려놓음으로써 사회불만의 원인이 되고 국민적 화합에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둘째는 연고주의, 파벌의식과 같은 특수한 가치관이다. 우리는 자신의 세계와 공동체의 한계를 아직도 가족ㆍ동향인ㆍ동창등과 같은 특수 주의적 집단에 한정시키는 경향을 버리지 못하며 시민공동체를 단위로 하는 공동체의식을 철저하게 형성하지 못 하고 있다.
셋째로는 권위주의적 가치관이다. 권위주의는 인간관계를 상하의 위계적인 서열관계로 인식함으로써 자신의 상급서열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복종적이고 하급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복종과 순종을 요구한다. 권위주의 의식이 한국사회의 정치문화에 저발전을 가져오고 쉽게 군사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요소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권위의식은 비록 정치의 장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 직장 사회전반에 도사리고 있는 비합리성과 비민주성이 산업사회에 있어서의 평등의식은 그만두고라도 개인의 창의력과 자율성을 억제한다고 보아야한다. 또한 이러한 권의주의 의식이 오늘날 우리 사회 도처에서 노정되고 있는 부조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즉 권위주의는 비합리적 관료주의를 정당화 하면서 책임의식과 사회의식을 갖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회구조의 모순과 갈등을 첨예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그동안 축적된 국민의식이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 행사로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는 잠재능력을 온세계에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국인의 성취동기 의식은 엄청난 잠재력과 자신감에 차있는 것만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족적 지정학적 여건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동북아시아의 새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전반이 새로운 논리와 시각의 대전환이 이룩되어야하고 우리 사회가 현재의 이상도 이하도 아닌 엄연한 현실에 맞는 발상의 대전환이 절박하게 요청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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