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의 일본어는「벤또」이라. 도시락이란 말은 50년대만해도 어색하기만 했다. 벤또의 우리말은「도시락」으로 통했을 정도다. 벤또의 반찬은 당연 김치가 주류였다. 무우말랭이, 콩자반 정도가 구색을 맟추어줄 정도였다.
계란부침 등 계란반찬은 웬만한 부잣집 아이가 아니고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고급이었다. ▶오히려 한ㆍ일간 국교정상화 후 벤또를 밀쳐내고 도시락이 제자리를 찾았다. 지금 초등학생들은 벤또가 무슨 말인지 조차 모른다. 그사이 도시락반찬도 많이 변했다. 김치의 자리에는 소시지와 계란 부침이 차지하고 있다. 그 귀하기만 하던 계란이 흔해진 것도 크게 달라진 것 중 하나이다. ▶이 도시락 점심을 굶는 초등학교 어린이가 전국에서 8천 1백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밝혀져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국민학교 어린이 약 5백명 중 1명꼴이라고 한다. 숫자상으로는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 충격은 상당히 큰 모양이다. 모두가 잘 사는 것으로 착각한 자존심의 손상 때문일까. ▶지금의 30대 후반 이상의 세대에게는 어린 시절 한 끼 굶는 일이 예사였다. 따라서 도시락 점심도 자주 굶어야 했다. 계속해서 도시락을 싸오지 못할 지경이 되면 학교를 떠나야했다. 공장도 많지 않은 때라 여아들은 식모살이, 남아들은 양복점이나 중국집 배달원으로 끼니를 때 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점심 굶으면서 학교 다니는 것도 다행일수 있었다. ▲교회가 이러한 어린이에게 점심먹이기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이 운동이 값진 것은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기 전 시작했다는데 있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특별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앞으로 도시락 사태가 날지도 모를 일이다. 성체성사의 신비인「나눔」이 왜 필요한지 알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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