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단 공동 명의의 1989년도 사목교서가 지난 10월 16일 대전에서 개최된 한국 성체대회장이서 공식 발표됐다. 주교단 공동사목교서는 예년에는 교회력으로 새해인 대림 첫 주일에 발표해왔으나 내년도 사목교서는 상당히 앞당겨진 셈이다.
이같이 대림절시작 달포 전에 내년도 사목교서가 미리 발표된 것은 1989년도가 주교단에서 1986년도부터「성체」를 주제로 발표해온 사목지침을 마무리하는 해이며, 한국성체대회가 내년 10월 서울세계성체대회 준비대회라는 점에서 착안된 것이다.
한국주교단은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 준비의 일환으로 80년대에 들어 공동으로 사목교서를 발표해왔다. 가정성화의해 (80년)이웃전교의 해(81년) 본당공동체의 해(82년)교구공동체의해(83년)에 이어 2백주년 기념 당해년도에는 2백주년 슬로건인「이 땅에 빛을」사목교서 주제로 채택했었다.
공동사목교서의 주제는 가정성화를 바탕으로 한 이웃전교, 그리고 나아가서 본당과 교구의 일치를 도모하여 이 땅에 빛을 밝히는 역할을 다한다는 목표 하에 일관성 있게 추진해 왔었다.
한국주교단은 2백주년 다음해인 1985년도는 2백주년의 결실을 통한「증거의 해」로 살아갈 것을 사목지침으로 삼았으며 1986년도는「성체와 가정」을 사목지표로 채택했다.
우연하게도 한국주교단이 1986년도 공동사목지표를「성체」로 설정한 후 제44차 세계성체대회 개최장소가 서울로 확정발표 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주교단사목지침 역시「성체와 교회」(87년)「성체 안에 하나 되어」(88년)로 연결되었으며 내년도 사목교서 주제는 세계성체대회 주제인「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로 발표된 것이다.
사목교서(司牧敎書)란 주교가 교리ㆍ신앙ㆍ전례 등에 관하여 자기 교구 내 신자들이나 신부들에게 내리는 공식문서이다. 주교 한사람이 작성하고 자기교구만을 효력범위로 하는 개인교서와 주교 여럿이 그들 교구 전체를 대상으로 발표하는 연합교서 등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한국주교단의 공동 사목교서는 후자에 속한다.
주교가 자신의 교구 내에 미치는 권한은 교황이 전체교회에 대하여 갖는 권한과 비슷하므로 그 행사방법 역시 비슷하다. 또한 사목교서는 주교의 교도권(敎導權)의 표현방식이라는 점에서 교황의 회칙에 버금가는 지침서이다.
주교단은 사목교서에서 남북으로 갈라진 겨례의 일치, 지역 간의 반목을 이기는 국민의 일치, 빈부의 격차를 고르게 하는 사회의 일치, 갈라진 형제간의 교회일치,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의 일치, 교구의 벽을 넘는 하느님 백성의 일치, 이웃주민과의 우애의 일치, 본당 안에서의 신자들의 일치, 갈수록 훼손되어 가는 자연과의 일치 등을 각자가 성실히 수행해 나갈 때 그리스도의 평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 했다.
또한 주교단은 세계성체대회준비위원회가 마련한「한 마음 한 몸 운동」을 사목교서 실행 지침으로 제시,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요망했다.
이와 함께 주교단은 한국성체대회를 계기로 내년도 세계성체대회 폐막시까지 한국교회 사상처음으로 한국교회 성체성년을 선포했다. 결국 내년도 주교단 공동사목교서의 실천요강 이행은 참 평화의 길을 획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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