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를 찬 바람이 채워주고
희부연 눈에 덮혀 유난히
하얘 보이는 성모님 동상을 향해
하이얀 길을 걸어오는 소녀가 보였다.
귀여운 단발머리에 커다란 눈
까만 외투에 작은 키
모두가 평범한 모습.
예사 어린이와 조금도 다를 것 없었다.
목발을 짚고 다닌다는 것 외에는.
온 힘을 다해 걸어와 멈춘 곳은 성모님의 동상 앞.
그리고 자신의 벙어리 장갑으로 눈을 말끔히 털어내었다.
추워 떨고있는 작은 손으로 무언가 꺼낸다.
뽀얀 손수건
그리고 그 속에 든 것은 꽃반지
센바람이 불어오면 꽃이 떨어질 것만 같이
그 꼬마와 같이 가냘픈 들꽃이었다.
성모님의 손가락에 끼워 드릴 모양이다.
그러나 반신불구보다도 작은 키가 더 문제였다.
발꿈치를 올리고 팔짝 뛰어봐도…….
결국은 차가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마는 꼬마가 웬지 불쌍했다.
더욱 세지는 눈보라가 미웠고
차가운 바람이 미웠다.
『꼬마야, 언니가 올려줘?』
뜻밖의 소리에 뒤를 돌아 잠시 머뭇거리더니
살짝 눈웃음을 쳤다.
다리가 아프지 않게 살며시 올렸다.
『아, 끼웠다』
바람은 잔잔해지고
눈보라는 멎었다.
어떻게 구했는지 모르는 들꽃
『이 꽃은 영원히 지지 않겠지…성모님의 마음 속에서』
나는 조용히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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