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어느 기슭에 엄마 바위와 아이돌이 정답게 살고 있었습니다. 엄마 바위는 아기돌을 무척 사랑했습니다. 왜냐하면 아기돌을 품에 안고 행여 소나기가 오면 아기돌이 세찬 물줄기에 떠내려갈까.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발에 채일까 돌보아 주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자 아기돌은 불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요. 바닷가에 사람들이 많이 왔나요?』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이 왔구나 어린이들, 어른들』
『나도 보고 싶어요. 사람들이랑 푸른 파도랑. 나도 바닷가로 내려가면 안 될 까요?』
『안 된다. 아가야. 바닷가에는 엄마처럼 널 돌봐줄 이가 없어. 겨울에는 찬 바람이 불고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고…』
그러나 아기돌은 매일 매일 엄마바위를 졸랐습니다. 엄마 바위는 아가돌이 엄마곁을 떠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여지는것 같았지만 아기돌의 성장을 위해 떠나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아가야,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떠나거라. 그러나 이제는 네 힘으로 모든 것을 견뎌내야한다. 넌 저 바닷가의 돌들처럼 예쁘지가 않아. 다듬어지질 않았지. 친구들이 널 골릴지도 모르겠어. 밉게 생겼다고. 아가야, 잘들어라. 바닷가의 돌들도 처음에는 너와 같았단다. 그러나 하루 이틀…, 봄 여름 가을 …일년 이년 …여름에는 비바람과 천둥을, 겨울에는 살을 에는 바람의 아픔을 견뎌냈기 때문에 예쁜 모습을 할 수 있었단다.』
바람이 붑니다. 소낙비가 내립니다. 나뭇가지가 부러질 것 같습니다. 엄마바위는 눈물을 흘리며 아가돌과 작별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아가, 안녕!』
X X X
『야! 어디서 저렇게 못생긴 돌이 굴러왔니? 하하하, 꼭 짱구같애.』
그러나 아기돌은 다른 돌들의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무척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곁에 있는 친구들을 보며 『이돌 참 예쁘다. 집에 가져갈까?』라고 하며 두손으로 꼭 안고 가지만 아기돌에게는 말을 걸기는 커녕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아기돌은 슬펐지만 엄마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하루, 이틀…일년, 이년…모진 추위와 물살들을 견뎌내야 한다』
바다로 수영을 하러오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쓸쓸한 겨울이 되었습니다. 엄마 품에 있을 는 엄마가 바람과 비를 막아주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비바람을 막아주지 않습니다. 아기돌의 코가 떨어져 나갈것 같습니다. 거기에다 차가운 바닷물마저 밀려와 아기돌의 얼굴을 때리노라면 아기돌은 눈물을 주르르 흘렸습니다.
『아가야, 참아야 한다. 견뎌내야한다. 어려움은 내일의 성장을 위한 발돋움의 순간이란다.』
어느덧 아기돌의 몸에 삐죽삐죽 나왔던 부분들도 조금씩 둥그렇게 다듬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세차게 때리기만 하던 파도들도, 매서운 바람도 이제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기돌아, 우리가 널때린다고 울지마. 우린 너의 얼굴을 다듬어주고 있는거야. 아프더라도 너를 예쁘게 변화시켜주는 어루만짐이라고 생각해 보렴. 아마 아프지 않을거야.』
아기돌은 파도가 매일매일 들려주는 속삭임, 바람이 전해주는 이 마을 저마을의 소식을 들으며 예쁜 모습으로 되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햋빛이 쨍쨍 내리쬡니다. 해수욕을 하러오던 사람들도 하나둘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도 아기돌의 곁에있던 많은 친구들은 사람들의 손에 안겨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친구들은 사람들의 손에 안겨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친구들이 떠날때마다 아기돌은 쓸쓸했습니다. 아기돌은 친구들처럼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었지만 아직도 아기돌의 모습은 예쁘지 않은가봅니다.
8월도 늦은 어느날 오후입니다. 허름한 옷을 입은 아저씨와 아주머니 그리고 두 아이가 바닷가로 걸어옵니다. 아기돌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지금은 수영을 할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애들아, 이젠 옷을 벗고 수영을 하자. 사람들이 없으니 수영복이 없어도 창피하지 않아요.』
『여보, 물에 들어가면 안되겠어. 물에 해파리가 떠있는 걸? 겨우 돈을 마련해서 왔더니만…』
『괜찮아요. 바다를 구경한 것만으로도 기쁜 걸요?』
두 아이들이 모래사장을 뛰어다닙니다. 무척 기쁜가봅니다. 아기돌은 두 아이들의 노는 모습이 귀여워 마냥 바라보고 있습니다.
『형! 이리좀 와바. 이상하게 생긴 돌이 있어!』
『정말 이상하다. 다른 돌은 둥글둥글하기만 한데이 돌은 꼭 토끼같애.』
『형, 우리 이 돌을 가져가 책상위에 놓을까?』
『그래 그래.』
『참 귀엽게 생겼다. 여기는 귀, 여기는 꼬리…』
아이돌이 아기돌의 몸을 꼭 안습니다. 뽀뽀를 합니다. 아기돌은 산위의 엄마를 바라봅니다. 더이상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생각하니 슬프지만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킬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쁩니다. 그리고 멀리서나마 아기돌을 지켜보며 격려해주신 엄마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아기돌은 엄마바위에게 작별 인사를 합니다.
『엄마, 감사합니다. 엄마 안녕!』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