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텔레비젼 시청료납부 거부운동이 거세게 일던 때에 우리집에서도 시청료 칭수원과 입씨름을 벌인적이 있었다. 신학원에서 가져간 스티커를 대문에 부쳐 놓았는데,어느날 퇴근길에 보니 누군가가 갈기갈기 짓이겨 놓지 않았겠는가 울화통이 치밀어 이번에는 2장이나 붙였다. 그리고서 틀림없이 시청료 징수원의 경고려니 짐작하고서 벼르던 차에 다행히도 그 친구가 찾아주었으니 서로간에 고운말을 써가면 자기 주장을 할리가 만무다. 나는 나대로, 그 사람은 그대로 서로가 속마음을 감추지도 않고 후방의 지원부대까지 싸잡아서 밀어붙인 후에 우리의 일차전은 제삼자가 무승부쯤으로 보아줄 정도에서 끝났다.
그런데 그 징수원의 다음 작전이 참으로 고수다왔다,
이미 실전(?) 경험이 풍부해서 그로서는 갖가지 경우의 대처방안을 마련해 둔 모양이었다. 더구나 일차전을 통해서 충분한 전력 탐색을 끝냈음인지, 이번에는 상대가 내가 아니라 내 아내였다.
그는 평일을 택해서 서너시쯤이면 우리집을 찾아온단다. 그러면서 예의 그 협박조 비슷한 독촉을 달마다 정기적으로 해왔다는 것이다. 내가 꿰뚫어본 그 친구의 전략이래야 소위 강한 경고성의 독촉을 서너번 해놓으면 심약한 부인네들이라 시청료를 납부할 것으로 믿었을게다. 하기야 나라도 근자에는 집안의 안위가 최우선의 목표이니, 그만한 경고와 위협앞에서 기가꺾여 감히 꼬리를 쳐들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 선생님은 실수하셨어. 대명천지에 사람들의 이목이 즐비한데, 더구나 여자들의 자존심까지 짓밟아가며 옥박지르면 그런다고 그 분들이 호락호락 넘어갈것 같소?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당신이 지금 한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느냐?』는 경고조의 비아냥거림에 나같은 소시민이야 불안해하며 행여나 붙잡혀 가서 오뉴월의 개 신세처럼 되지않을까 꼬리를 감추겠지만 말이여. 아무래도 선생님은 너무 하셨어요. 그러지들 말라구. 세상에 원, 집안에 아녀자만 있다고 그렇게 밀어붙이다니, 사람의 마음을 몰라도 분수가 있지.
■지금까지 이 난을 맡아주신 김영진신부 (원주교구 사북 고한본당주임) 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이종범씨께서 집필해주시겟읍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