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죽어야겠다」고 말하던 시어머니가 있었다. 되풀이되는 시어머니의 넋두리에 지친 아들과 며느리는 묘안을 짜냈다. 달콤한 설탕물을 한대접 만들어 바친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물었다.「이게 무엇이냐」「먹으면 죽는 약이옵니다.」천역덕스러운 며느리의 대답에 시어머니는 펄쩍뛰었다.「네이ⅹ!그리도 시에미가 빨리 죽기를 바랬더냐. 내 너 좋으라고 쉬 죽을까 보냐. 어림도 없다」그날로 시어머니의 넋두리는 말끔히 사라졌고 아들과 며느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죽음은 서럽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대상이다, 예수께서도 십자가 위에서 울부짖지 않았던가.「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인류의 죄를 대속하고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 우리에게 오신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짖음에서 우리는 십자가의 승리와 함께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게된다. 죽음과 관련지어 얘기할 때 진시 황제는 단골손님이다. 넓디 넓은 진나라를 세웠던 그는 다가오는 죽음, 현세와의 헤어짐을 강력한 몸짓으로 거부했다. 그러나 그 역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두렵고 슬픈 죽음도 천수(天壽)를 누렸을 땐 호상(好喪)이라하여 주위의 위안을 받는다. 주어진 생명, 맡겨진 자기 삶의 몫을 잘 관리하다 마침내 선종(善終)함은 복중의 큰 복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최근 한 젊은이의 죽음은 그 죽음을 있게 한 비극적 요인으로 인해 비통함을 금치못하게한다. 故 이한열군의 죽음 앞에서 국민 모두가 오열하는 것은 존엄하고 고귀한 한 생명이 어처구니없는 현실 앞에 쓰러진 원통함 때문이다. ▼그의 죽음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란 고작 최루탄으로 흔한 죽음, 폭력의 희생자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뿐이다. 고작이라고는 했지만 그것은 바로 지금우리 모두의 현실적이고도 다급한 갈망이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이군의 죽음을 자기식으로 확대 해석하는 우(愚)를 범해서도 안된다.
고귀한 그 죽음의 참 의미를 진정 순수하게 승화시켜야 한다. 또 다른 폭력으로 그의 영혼까지 상처나게 해선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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