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깐의 철심자」라는 영화를 보았다. 두번째 보는 영화지만 근일에 전개되었던 우리나라의 정치적 변화과정을 지켜보았기에 더욱 마음에 와닿는 것이 많은 영화였다. 영화의 원제목은 「주홍과 흑」 (The scarlet and black)으로 주교님의 옷색깔과 나치정권의 상징인「갈고랑이 십자」의 검은 색깔을 대칭시켜 표현한 것이다. 내용은 바티깐이 있는 로마시를 점령한 나치친위대 대령과 나치에 쫓겨온 사람들을 보호하여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주는 비밀조직을 지도하는 아일랜드 출신인 교황청 고위성직자 몬시뇰의 극적인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보신 분은 알겠지만 이 영화는 1943년부터 전개된 사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영화중의 네 장면이 나에겐 매우 감동적이었다. 몬시뇰이 하는 일에 찬동을 하면서도 전체교회를 보호활 의무 때문에 고민하는 교황님의 모습. 나치돌격대원에 잡혀 총살당하기전에 『이태리를 위하여 죽는다』고 절규하는 비밀조직의 일원인 이태리 신부님의 유언. 그리고 로마시가 해방된 후에 『교회의 재산과 보물은 바티깐 지하창고에 쌓여있는 이천년동안의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진정한 교회의 보물은 바로 당신 같은 사람』이라고 몬시뇰을 칭찬해 주시는 교황님의 말씀이 바로 그것이다. 더구나 로마시를 포기하고 철수하는 「카플러」 대령이 자기의 처자식을 보호해서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 달라는. 애원이 아닌 성직자의 근본적인 역할을 주장하는 말에 분노를 터뜨리는 몬시뇰의 인간적인 모습. 모두다 감동적인 장면들이다. 결국 몬시뇰은 그 친위대 대령의 용서를 빌지않는 요구를 들어주었고 끝내 그를 교회의 품안에 넣고 말았다.
총살당한 이태리 신부님은 하느님을 위해 죽는 것이라고 얘기하질 않고 이태리를 위하여 죽는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그분은 분명 사제이면서도 이태리 국민임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은 바로 우리나라가 근자에 경험했던 사실과 매우 흡사한 상황이다. 국가권력이 현시적으로 표현된 전경의 전투복과 로만칼라가 거리에서 맞섰던 장면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공권력과 교회의 대결이 아닌가? 비신자들중 많은 사람들. 물론 일부신자들도 왜 신부님들이나 수녀님들이 정치적 갈등의 현장에 나오는가에 강한 반발심을 표현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신자인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이며 교회란 무엇인가. 그리고 국가와 교회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신학적으로 또 정치학 사회학적으로 정교의 관계를 정립한다거나 설명할 능력은 없다. 다만 둘다 나에겐 주어진 것으로 우선 받아들이고 생각해보고 싶다. 내가 한국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한국인이 된것도 아니고 또한 나의 경우에는 내가 원해서 신자가 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을 원망스럽게 생각해 본적도 없고 부모가 나를 나도 모르게 교회의 품안에 들여보내준 것을 오히려 무한히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로기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국가도 교회도 모두다 중요할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국가와 교회를 소박하게 받아들이고있는 사람들에게 국가와 교회는 무엇인가? 신자이며 동시에 국민인 우리에게 국가란 아버지요 교회는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소박한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최소한 현시적으로 나타나는 국가와 교회의 관계는 보모의 관계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그러기에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을뿐 아니라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경국을 하여야 하고 교회는 국민을 착하고 성실하게 행동하도록 교육시켜야 할 뿐아니라 특히 남보다 못한 사람들. 건강하지 못하고 약한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보호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어머니의 마음이 아닌가. 만일 아버지가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난폭하게 성질을 부리면서 부당하게 자식들을 때릴는 자식들을 피신시켜 보호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일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아버지에게 선의의 충고를 하면서 대드는 것은 현명한 어머니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국가의 교회의 관계를 간단한 이치로 생각한다면 가톨릭교회의 행동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부부싸움을 하고 애들 데리고 친정으로 도망가서 돌아오지 않는 그런 행동을 한 것도 아니요 또한 애들 편만 들어 남편에게 영원한 결별을 선언한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6ㆍ29선언을 한 노태우 대표에게 경의를 표시했다. 자모이신 교회라는 말을 이런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번 우리 나라의 정치적 변화과정에서 취한 성직자ㆍ수도자들의 행동에서 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고 감히 말하고싶다. 어머니의 마음은 비어있다.
특히 우리들의 어머니들은 자기의 것을 찾지않는 봉사와 희생의 화신들이다. 그러기 때문에 욕심이 없는 어머니의 말은 성난 아버지에게도. 반항의 자식들에게도 잘 통한다.
불신이 팽배해있는 우리 나라 정치사회에서는 오로지 마음을 비운 사람들의 말만이 이제 통한다. 사실 무엇보다도 불행한 것은 바로 이점이다. 민주화의 시작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국민들의 눈초리는 민주화 조치가 사실이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지 결코 확신을 하고 있는것 같지는 않다. 이번에는 아버지의 약속이 자식들이 모두 믿는 상황이 전개되기를 바랄뿐이다. 또한 비운 마음들의 위력을 경험한 작금의 정치적 상황에서 국민들은 마음을 비운 정치인들을 믿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음을 정치인들은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어른들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모르고 있는. 또 알 필요도 없는 자식들처럼 국민들은 이제 약속을 지키는 아버지. 잘 돌봐주는 어머니들이기를. 그리고 가정의 평화를 원하듯이 정치인들이 과거나 작금에 한 약속을 지키는가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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