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회는 경제적으로 너무 부자이다. 교회건물은 날로 커지고 새로와지며 헐고 또 헐면서 새로운 돈이 투자되어 새 건물이 들어선다. 담장에 조차 온갖 묘미를 다 동원하여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주위의 신자들의 집은, 아니 가난한 이웃집들은 개량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래도 양같이 순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며느리ㆍ손자가 주고간 돈, 아들 딸들이 용돈으로 쓰라고 준돈을 하느님께 바친다. 하느님 나라 사업에 보태야겠다는 정성이 지극한데 교회는 호화롭게만 되어간다. 자가용은 늘어나고 대형화ㆍ고급화 되어간다. 어떤 교우들은 교무금조차 내지못해 양심의 가책을 받아 냉담아닌 냉담도 한다. 돈 좀 벌어놓고 나와야겠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냉담해야겠다는 것이다. 교회는 가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은 부자ㆍ권력자들과 상종하지 아니하셨다. 가난한 사람ㆍ절름발이ㆍ나병환자ㆍ고아ㆍ과부들의 친구가 되어주셨다.
특히 금년은 유엔에서 「집없는 자들의 해」로 정해 놓았다. 그러나 교회는 그런것에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
한국교회 2백주년 사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 대구대교구 어느 신부님은 『가정방문을 해보면 언제쓰러질지 모르는 가설가옥 (?)들이 즐비한데…교육관 건립도 시급하고 성전건립도 중요한 일이지만 교회밖으로 눈길을 돌려 수십수백억원으로 시골의 내 집 없는 사람들에게 연립주택을 지어준다든가…』 (대구주보 1984.2.5)하시었다.
그러나 현재 성지 개발사업이 대단하게 벌어지고 있다. 또 각 본당마다 성지개발기금을 내어달라는 독촉도 대단하다. 기금 내신 분들은 이름이 주보에 올려져 감사를 받지만 기금을 못내신 가난한 형제 자매님들은 마음 아파한다.
지금의 교회는 누구를 위한 사목인지 궁금하다. 『신자 자신들은 잘먹고 잘입고 잘살면서 우리들에게는 가난하게 살라고만 한다』고 신부님 수녀니들이 말씀하신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과부ㆍ가난한 신자ㆍ가난한 여자들의 정성봉사ㆍ희생에 의해 교회는 지켜져왔다. 부자들이 내는 헌금 교무금보다 더 많이 전생명을 바치고 있음이 아니던가. 그러나 오늘의 신부님 수녀님들은 가난하고 이름없는 신자들과는 별로 말이없다. 옷잘입고 권력있고 대접 잘하는 부자교우들과는 손도 잡고 걱정도 안부도 하신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신부님 수녀님들이 집안걱정ㆍ자녀걱정ㆍ축복기도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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