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는 날
또또네가 성당 바로 옆집으로 이사를 온 것은 어제입니다.
타이탄이라는 커다란 차에 이삿짐을 잔뜩 싣고 엄마와 아빠와 또또는 성당 옆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히야, 차 참 크다! 이담에 난 이런 차를 가질거야!』
엄마랑 아빠랑 같이 운전수 아저씨 옆에 앉은 또또는 너무 좋아서 엉덩이를 들썩들썩 하다가 운전수 아저씨에게 주의를 듣기도 했습니다.
『어허, 고놈봐라. 자꾸 엉덩일 들썩이면 아저씨가 운전을 할 수 없다고. 그렇게 되면 어찌되는지 아니?』
『그럼 또또가 내려야죠』
또또의 대답에 아저씨의 눈이 둥그래집니다.
『또또가 누군데?』
『저요』
『오호라, 네 이름이 또또라고? 네가 내리면 엄마두 따라 내릴거구, 엄마가 내리면 아빠두 내릴거구, 그럼 또또네는 이살 못가게?』
『그럼, 그럼 이담에 또또가 운전을 해서 이살가죠 뭐』
또또는 신이 납니다. 어서어서 커서 커다란 타이탄 트럭을 씽씽 몰고 싶어집니다.
『그래, 어서 어서 커서 타이탄두 몰구 비행기두 몰구 군함두 몰구 잠수함두 몰구, 뭐든지 다 해봐야지』
아저씨가 핸들을 힘껏 꺾는 바람에 또또의 몸이 왼쪽으로 쏠려서 기우뚱 쓰러집니다.
『애해해해, 아저씬 운전을 못하시는군요? 살짝 사알짝 돌아야죠』
또또의 까만 눈이 아저씨를 올려댜 보며 입은 깔깔깔깔 웃음을 터뜨립니다.
『고녀석이야, 운전만 삼십년 해온 날 네가 재교육을 시키는구나. 미안하다 미안해! 손님을 불편하게 해드려서… 으하하하…』
아저씨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재교육이 뭔데요?』
또또의 까만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입니다.
『고놈이야? 알고 싶은 게 많아서 먹고 싶은것도 많겠다! 재교육은 다시 배우는 거란다』
『그거라면 난 문제 없어요. 난 재교육 같은 거 안받아두 자전걸 잘 몰 수 있으니까요』
또또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또또야, 아저씨한테 자꾸 말시키면 아저씨 운전하시는데 지장이 있단다. 조용히 있어야지』
엄마가 또또의 머리를 살작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지장이 뭔데?』
또또가 또 묻습니다.
『정말 못말린다니까. 뭐가 그리 궁금한게 많은지…, 얘는 자면서도 묻는답니다』
엄마가 다시 한마디.
『그러니까 애지요. 아이들이 없어 보세요, 얼마나 심심하고 세상 살맛 안나겠어요. 자, 다 왔습니다. 고녀석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왔군요』
운전수 아저씨가 타이탄 트럭을 세우더니 뛰어내립니다. 아빠도 내리고 또또도 내리고 엄마도 내렸습니다.
『히야, 우리가 살던 육층꼭대기집보다는 넓구 나무도 많구나. 하지만 키는 작지, 엄마?』
『키가 작다구? 녀석이야, 그런땐 키가 작다고 하질않고 집들이 낮다고 하는거란다. 아하하하…』
또또의 말에 아빠도 웃고 엄마도 웃고 운전수 아저씨도 영문도 모른채 웃음을 터뜨립니다.
『얘가 육층 꼭대기에 살다와서 그런답니다』
아빠가 설명을하자 운전수 아저씨가 한마디.
『또또야, 육층 꼭대기에서 못탄 자전거 땅바닥에서 싫도록 타봐라. 바로 옆집이 성당이니 얼마나 좋으냐. 자 자전거를 먼저 내려 드릴깝쇼!』
운전수 아저씨가 타이탄 뒤에 대롱대롱 매달려온 세발 자전거를 번쩍 들어서 땅바닥에 내려 놓습니다.
『어서타고 어서 자라거라. 그래서 이담 이담에 타이탄도 몰고 비행기도 몰고 잠수함도 몰아라』
운전수 아저씨의 우렁찬 목소리가 또또의 자전거 뒤를 따릅니다.
『짤짤 잘잘……』
자전거 바퀴 소리가 성당마당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엄마, 아빠, 운전수 아저씨 이렇게 세 어른은 천국에 온 기분입니다.
저자약력
1939년 평양출생
1963년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 졸업
196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당선
1983년 한국아동문학가 협회동화부문 수상
지은책:세모돌이의 웃음 (동화집)
이브의꿈 (번역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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