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의 신앙생활을 지켜보고. 한편으로 현재 작업중인 주일학교 아동을 위한 교리서 편찬에도 도움이 될까해서 근자에는 자주 어린이 주일미사에 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신앙생활은 아무래도 가정에서부터 그 기초가 닦아져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저기에 섞여 앉은 교사들이나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가 어린이들의 마음을 모으려고 갖은 애를 써도 별다른 효과가 없음을 볼 때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때로는 타이르고 때로는 정색을 하며 호통도 치고. 더구나예수님까지 등장시켜 가며 위협을 하는데, 그래도 듣는쪽에서는 막무가내이니 말이다.
어린이들은 생리적으로 재잘거리며 온 몸을 배배 꼬아야 되는 모양이다. 눈총을 쏘는 교사의 면전에서도 희희낙락거리며. 불과 5~6분 정도를 집중하지 못하니 무슨 대책이 있겠는가. 예수님이 슈퍼맨이 되어 나타나주시거나 주례 사제가 「뽀빠이」아저씨쯤되면 어린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주일학교 아동을 지도하는 교사들은 아동의 생리반사적인 산만함에 그렇게 속상해할 게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아동을 닥달한다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문제의 근본은 일주일에 한두시간 주일학교에 내보내는 정도로 부모 노릇 다했다고 안심하는 쪽을 꼬집어야 되지 않겠는가.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자주 대화를 해본 어린이라야 밖에 나와서도 곧잘 대화하는 자리에 끼어들 수 있듯이.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기도해본 어린이라야 성당에와서도 기도하는 분위기에 쉽사리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배우지 않고도 몸에 배이는 습성이 많다지만. 그러나 기도생활만은 배우지 않으면 도대체 단정한 자세조차 기대하기가 힘들 것이다.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없는 아이들이 성당에서. 교리반에서 답답하고 고달프기까지 해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산만함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지 않겠는가.
언젠가 교리신학원의 연구수업에서 들은 체험담인데. 어떤 수녀는 첫영성체 대상아동을 지도할 때면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기도를 해보았다는 어린이는 무조건 합격시켰다고 한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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