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는 대학에서 법률공부를 하고 변호사가 되어 실무에 종사하면서 비록 독창적인 것은 못될지라도 내 나름대로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 기본입장을 가지고있다. 그후에 영세하고 신앙생활을 하면서「하느님 나라」에 대한 가르침이 민주주의 이상과 어쩌면 그렇게도 일치하는지 늘 놀라와한다.
민주나라는 어떤 세상인가. 사람 하나하나가 사람이라는 이유 그것만으로 세상 무엇과도 비할수 없는 귀중한 존재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자유와 평등 양면에서 만족한 실현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지어진 자유의 존재이기에 신체의 자유·정치적 자유를 누려야 한다. 이 자유를 통하여 개인과 공동체는 무한히 풍부해 지고 발전하는 것이다. 한편 구체적인 생활경쟁 과정에서는 능력과 조건의 차이에 따라 불평등 현상이 생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최소한도 인간다운 생활은 보장되어야 하고 사람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품위는 지킬수 있도록 공동체가 책임져야 한다. 더구나 불평등 현상이 억압이나 착취 구조적 모순이나 부정 부패로부터 연유해서는 안된다. 정의로운 사회여야한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너희 사이에서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하고 으뜸이 되고자하는 사람은 종이되어야 한다』(마태20,26~27).
민주주의에 있어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만이 절대적이며 그밖에 어떤 이념·주의·주장·제도에도 상대적 가치만을 부여하며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 안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관용과 대화, 타인에 대한 존중, 소수자보호의 정신이 나오며 실천면에서 비폭력 평화와 사랑이 강조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도 현대적인 민주주의 안에 훌륭히 수용할만한 예컨데 홍익인간사상·화백제도·신문고·언관제도·향약·인내천(人乃天)사상 등 훌륭한 전통일 수 없이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교회의 신앙선조들도 복음의 진리로 민주화된 새 하늘 새 땅을 열고자 기꺼이 목숨을 바친것이다.
지난 6월 17일 이 나라의 민주화를 외치다 경찰에 쫓겨 부산 가톨릭센터에 들어온 수많은 학생·시민들을 성직자·수도자·평신도가 모두 한 마음이 되어 돌봐주고 기도하였다. 며칠간 계속된 농성 끝에 자진해산하기로 하고 안전귀가를 약속한 당국이 신부님이 인솔하는 버스안의 밀페된 공간에 수십발의 최루란을 폭발시키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폭력시위 과격시위라고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6월 17일 밤 10시부터 6월 18일 새벽 5시까지 거리의 상황을 살펴보기위하여 처음 가톨릭센터에서 출발할때는 Y신부님, 다른 평신도 둘과 함께 였는데 중앙동, 영주동, 초량, 서면까지 부산의 간선도로에서 처음의 두차례 최루탄 세례를 받고는 두사람 놓치고 마지막 한차례 공격에서 신부님 마저 놓치고 혼자가 되어 밤새 목격한 사실을 잊을 수 없다.
화염병, 보도블록 조각과 최루탄은 위력으로 말하면 임진왜란때 활과 조총보다 더 차이가 난다고 할까. 그것도 반드시 이쪽은 엄청난 공격에 최소한의 방어적인 몸짓이었다. 어깨에 부딪칠 정도로 비좁게 지나게 된 파출소의 유리들이 깨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거의 무방비 상태에 있던 큰 경찰서 건물은 전혀 상하지 않았다. 과격한 행동을 누가 주장하면 그 많은 군중이『질서』『평화』의 구호를 합창하곤 하였다. 이렇게 민주화의 신념에 헌신적이고 애국적이며 비폭력 평화적인 군중이 일찌기 어디 있었던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고난을 같이하고 연대감을 진하게 체험한 민중이 있는한 아! 이나라는 잘될 수 밖에 없다. 이 힘으로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성취하고 민주통일까지를 예감하는 전률하는 감동을 맛보았다.
민중의 줄기찬 요구와 투쟁 의결과 얻어진 6월 29일의 급선회는 분명히 국민의 승리요, 그 승리는 민주와 통일의 서광을 비추어준 실마리요 시작이요, 귀중하게 잡은 이기회를 잘 활용하여야 할 과제가 이제부터인것은 틀림없다. 회개나 반성, 사과의 말한마디 없이 어느날 갑자기 민주주의의 신봉자요 실천자로 둔갑하여 미소짓는 작전에 결코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독재권력을 떠받치는 힘이 여전히 저쪽에 있고 다만 상황이 달라진 것인만큼 새로운 투쟁의 방법과 지혜를, 인내와 자제라는 더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한다.
두 도시에서 내가 참가하였던 故 이한열군의 추도식 및 시국대토론회를 또한 잊을 수 없다. 7월 9일 부산역 광장, 3만여 참석자들의 애절한 추도와 열띤 토론으로 이어진 5시간 동안의 대집회를 보면서 그 옛날의「만민공동회」를 떠올리고 젊은이들의 힘과 의지를 보았다.
마산에서 7월 11일은 아침부터 날씨가 찌푸리고 있더니 오후부터는 본격적으로 비가 주룩주룩 쏟아졌다. 체육공원 노천 빗속에서 2천여명이 하나같이 열성적으로 고인의 넋을 달래고 산자의 도리를 다지는 보배로운 자리였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은폐 조작사건의 폭로, 명동성당에서의 우리 교회의 역할, 신부님들의 단식투쟁, 부산가톨릭센터에서의 일, 광주항쟁 사진전 등 우리 교회가 감당했던 역할이 결코 작게 평가할 것이 아니지만 좀더 민중과 함께 하는 교회가 되어 다가올 새 시대에 진정한 화해와 사람을 권고할 수 있는 존재가 되도록 늘 기도하고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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