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손을 보고있노라면 신경질이 난다. 하얀 얼굴과 깨끗한 손을 보면 우리는 언제 저렇게 한번 살 수 있을까. 사치스러움을 느끼는 여자이기에 부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시간은 잠시뿐 일이 밀려 잠시도 쉴틈이 없는 하루하루이지만 고생한 댓가보다도 더 많은 열매와 사랑을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하는 마음이기에 하루종일 흙과 생활하고 있는 농촌의 우리들이지만 일주일에 한번 모여서 하는 기도이기에 하루의 피곤함도 잊고 조그마한 하느님 성전에 한마음이 되어 기도드리는 회원들 모두의 마음은 평온하다.
오늘의 기도는 우리 공소를 위하여, 오늘의 기도는 본당신부님을 또 나라를 위하여, 신학생을 위하여. 모든
회원들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이웃, 형제들을 생각하기에 성모어머니께 로사리오기도를 바치기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무리 일에 시달린 고달픈 하루이지만 어김없이 찾아오시는 자매님들 개울을 건너고 산길을 따라 오신 회갑이 넘은 할머니 모습에서 참 신앙의 길을 느끼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회원들이라야 거의 모두가 할머니. 젊은 사람은 몇 명안되는 농촌의 현실. 빚에 허덕이다 도저히 농촌에서 못 살겠다고 떠난 사람들, 평안하게 살아보겠다고 나간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농촌을 지키는 사람은 할아버지 할머니. 그대로 고향을 지키겠다고 남은 분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 좀 벌겠다고 여름내 피땀 흘려 농사지으면 농산물은 너무나 헐값이기에 농약값 비료대 품삸주고 나면 남는 것은 얼마안되는 돈. 거기다 아이들 교육비를 대려면 빚. 일년 고생한 대가는 빚 뿐이다. 이래가지고 누가 농촌을 지킨다고 할 수 있을까. 농촌본당의 신부님들이 도시성당에 가서 손을 내밀어야 되는 지금의 농촌현실.
뜨거운 땡볕 아래서 땀을 흘리며 살고 있는 우리들의 생활이지만 하루하루 변해가는 농작물에서 생명의 은총을 느끼며 크리스찬이란 사실에 얼마나 감사하고 자랑스러운가.
우리들에게는 아무리 가난하고 고달픈 농촌의 생활이지만 성경 말씀들을 마음에 새겨 옳음과 그릇됨을 판단하여 실천하는 크리스찬인으로 부끄럼없는 삶을 살아가자고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가 임할 때까지 오늘도 모두가 두손을 모은다. 하느님의 높은 사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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