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신부, 한국교회안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신부의 사상과 신앙, 특히 독특한 영성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한국교회의 맏배, 사제들의 맏형으로서 김신부의 위치가 크고 깊은 만큼 짧았던 생애를 신앙선포로 자신을 불태운 진리의 증거자, 피의 순교자 김대건 신부의 신앙과 영성은 우리 교회가 이어가야할 소중한 유산이 아닐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3위 한국순교성인의 대표로서 큰 자취를 남긴 김신부에 대한 연구와 그 사상 영성에 대한 파급은 현재 휴지기에 있음은 무슨 이유일까.
지난 7월 5일 성 김대건 신부의 축일을 지켜보면서 과연 한국교회의 수선탁덕 김대건 신부가 사제들의 형님으로, 모든 신자들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잡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여러 사람들을 통해 제개됐다. 때론 용광로같이 때론 활화산처럼 뜨겁게 살다 순교, 마침내 신앙의 위대한 승리를 남겨준 그의 행적이 그 어느곳에서도 뚜렷히 전승되지 않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 이 같은 의문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김대건 신부를 비롯 순교성인들의 죽음이 오늘 우리 신앙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성인들의 삶과 신앙, 사상을 우리의 삶 속에 접합시키는 작업은 켤코 멈추어 있어서는 안될 과제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김신부와 관련된 여러 사료들에 대한 연구작업으로 그가 지녔던 풍부한 영성을 우리의 삶 속에 용해시키는 것은 우리에게 맡겨진 막중한 사명이 아닐 수 없다.
매순간마다 그리스도에 대한 확고한 신념속에 살고 또 행동한 김신부의 영성은 그가 남긴 25편의 서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신부 일대기의 핵심을 이루는 이 서한들은 1842년 첫번째 귀국길에서부터 순교로 서한이 중단되는 1846년까지 불과 5년간의 활동과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지만 이 서한들은 김신부의 불꽃 같은순간 순간들을 그대로 전해주는 생생으로 평가 할 수 있다.
지난 75년 이원순 교수(서울대)와 허인 교수(고려대)는 김신부 서한 25편에 대한 내용과 함께 편지의 배경 및 주해를 상세히 달고있는「김대건의 편지」를 펴내 자료가 빈곤한 김신부 연구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시해주었다.
당시 한국 교회사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김신부의 서한 복사본을 번역, 주해를 덧붙인 이 책은 우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우리말로 수록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서한이 기록됐던 당시 조선과 동남아 그리고 세계 열강 등 주변정세에 대해 해설을 풍부히 삽입, 서한에 대한 이해를 크게 돕고 있다.
이원순 교수는 해설들을 통해 김신부의 서한은 수선탁덕으로서 겸손과 순종, 헌신과 용맹ㆍ지혜와 유능함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그 뒤를 이을 한국인 성직자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한국교회의 자립성을 보장할수 있는「살아있는 문헌」이라고 규정짓고 있다. 그리나 김신부의 서한들이 김신부의 풍부한 사상ㆍ확고한 신념ㆍ심오한신앙 그 중요성은 더욱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고행으로 점철된 42년 귀국길에서부터 시작되는 그의 서한은 죽음을 눈앞에둔 46년 8월까지 이어지는 동안 어떤 역경ㆍ환난속에서도 자신의 소신과 결심을 당당히 펴가는 청년 김신부의 삶 그대로를 담고있다. 불식과 빈틈없는 판단력과 결단력은 매편의 서한마다 명백히 증언되고 있으며 이는 뜨겁고 진한 그의 신앙을 토대로 하고 있음을 서한은 역기 보여주고 있다.
▲인류를 하나의 가족으로 보고있는 범 인류적 사고방식 ▲교회의 박해를 당시 조선의 조정과 정권의 향배속에서 배경과 원인을 밝혀내는 해박한 사고능력 ▲위험에 직면할 때마다 발휘되는 판단력과 결단, 그리고 탁월한 설득력▲어떤 위치ㆍ환경에서도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는 책임감▲자신의 입장을 젇확히 알고 언제나 엄격히지킨 겸양과 순종의 미덕 ▲위기에 처할때마다 성모께 의탁하는 완벽한 신앙 등은 그의 서한이 그대로 웅변해 주고있는 김신부의 모든 것이다.
『내가 공경하는 천주는 천지와 사람과 만물을 조성하신이요, 착한 이를 상주시고 악한자를 벌하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다 그분을 공경하여야 합니다. 관장께서 내가 천주를 해주시니 관장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천주님이 이런 온공을 갚주시기를 바랍니다』체포된 후 심문하는 관장에게 한 이말은 하느님께 대한 빈틈없는 믿음과 사랑, 나아가 박해자까지 그 사랑으로 감싸는 완덕의 모습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교우들 보아라」는 김신부 서한중 압권. 이른바 회유문(廻諭文)으로 불리는 이 서한은 조선의 모든 교우들에게 어려운 현실에서의 신앙생활을 가르치고 있으며 조국과 동포에 대한 짙은 애정, 그리고 하느님께 대한 순수무구한 신심을 그대로 담고 있어 김신부의 영성을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서한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김대건 신부의 영성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바 있는 이종남 신부(육사 화랑대성당)는『김신부의 영성적 특징은 하느님을, 예수님을, 교회를, 이웃을, 이겨레를 사랑하되, 죽기까지 죽음을 넘어서까지 영원하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사랑하는데 있다』고 그의 논문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대로 김신부의 영성이 우리 모든 신자들 속에 그대로 전수되고 흡수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명백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 김신부의 가계를 밝히는 연구작업과 더불어 한국교회사에 굵은 획으로 남아 있는 그의 삶과 사상ㆍ신아전체를 활발히 연구하고 알리는 작업이 하루 빨리 그리고 끊임없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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