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내가 영세를 받던 날이고 크리스마스였으며 또한 내가「수두」라는 피부병을 앓고있을 때였다. 몹시 아팠고 괴로왔으므로 어머님이 영세를 다음에 받자고 하실 정도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괴로울수록 마음은 주님에게로 한걸음 나아간다는 기쁨의 충만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육체적 고통이 어찌 정신적 충만감을 넘을 수 있으랴! 그만큼 내 마음속에는 교리를 배우던 몇 개월 동안 점차로 주님이 나와 함께 하셨던 것 같다.
아픔을 참고 성당에 나가 영세를 받을 준비를 했다. 그 준비시간이 참 길게 그리고 약간은 긴장된 듯이 느껴졌다. 그러나 어느 사이엔가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정되는 듯 했다. 대부님이 몹시 걱정하시는 눈치 였으나 이내 안심하시는 표정이었다.
드디어 신부님이 나오시고 몇 개월동안의 나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 왔을 때 나는 정말로 기쁘고 주님이 내게 함께 하신다는 것이 반가웠다. 그때 나에게는 그것이 유일한 기쁨이었던 것이다.
영세후 집으로 돌아와서 자리에 누웠을 때 그 기쁨이 나의 고통을 마치 잠재우고 있는 듯 했다. 그당시 나는 영세를 받지않고 다음에 영세를 받을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을 해보니 그때 영세를 한 것이 잘했던 것 같다. 단순히 일찍해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좀더 일찍 주님과 함께 한다는 경건한 신앙심이 싹트기 시작했던 것이다. 주님의 사랑을 받고 이웃을 사랑하며 아끼는 마음이 가슴속에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아버지도 처음에는 내가 성당 나가는 것이 못 마땅해 하셨으나 점점 나아졌고 지금은 누나와 어머니도 함께 다니신다.
동생은 신자가 되기위해 예비자교리를 받고있다. 이제 아버지까지 함께 나가시게 되어 우리 가정이 성가정이 되리라 믿으며 우리를 찾아 주시고 구원해 주신 주님의 은총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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