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를 탄 여자친구
또또의 눈이 탁구공보다 조금 작게 커진 것은 순전히 여자아이 때문입니다.
『히야, 저렇게 똥똥한 아이도 세상에 있었나?』
또또와 또또의 세발자전거 앞에 딱 버티고 선 여자아이는 너무 똥똥하게 살이 쪄서 손등도 그렇고 뺨도 그렇고 발등도 그렇고, 모두가 금방 터질 것만 같습니다.
『너 이름 뭐니』
똥똥한 여자아이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뺨에 보조개를 만들며 묻습니다.
『난 또또야. 그리고 이 자전거는 또또의 백마구』
또또가 아무리 훑어봐도 신기하게 똥똥한 여자아이를 쳐다보며 퉁명스럽게 말하자,
『너네 백마에 나좀 태워 주지 않을래』
하고 똥똥한 여자아이가 묻습니다.
『널 내 백마에 태워달라구?』
『응』
『그건…』
또또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고 맙니다. 또또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거든요.
「그건 안되. 너같이 똥똥한 여자아이가 내 백마를 타면 백마가 허리 아프다고 앙앙 울어버릴 거야, 아마 죽어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또또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말했다가는 똥똥한 여자아이가 울어버리든가 아니면 또또를 향해 달려들 것 같았으니까요.
『그런…하고 무슨 말을 하려고했어? 날 태워 주겠다고 말하려고 했니? 아니면 안태워 주겠다고 말하려고 했니』
여자아이가 너무 또렷또렷하게 말하는 통에 또또는 겁이 더럭나서 한발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뭐야! 태워주겠다구?』
여자 아이가 또또 앞으로 다가서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또또를 쏘아봅니다.
『그런건 아니구…』
또또가 또 우물거리며 뒬호 물러서자 여자 아이가 또또 가슴 앞으로 돌진해 들어올 기세입니다.
『넌 뭐든지 그건 아니구니? 되면 되구 안되면 안되는 거지 뭘 우물 거리니? 내가 너네 백마를 탄다고 백마가 죽기라도한단 말이니?』
똥똥한 여자아이가 쏟아놓는 말에 눌려 또또는 숨도 쉴 수가 없습니다. 금방 울음이 터질 것같습니다.
『죽는 건 아니지만…』
또또는 말을 계속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습니다. 다음 말이 계속해서 목구멍을 넘어오질 않습니다.
「그런건 아니구, 네가 타면 네 몸이 하도 똥똥하니까 백마가 힘들거야. 그럼 백마가 가엾잖니?」
이렇게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잆속에서 튀어나오질 않습니다.
또또는 눈을 딱 감았습니다.
그리고 두팡릉 올려 가슴 앞에 바짝 다가서있는 똥똥한 여자아이를 힘껏 밀면서,『너같이 뚱뚱한 아이가 내 백마를 타면 백마는 허리가 부러질거야. 그러면 백마는 죽게된다구. 그래서 난 네가 내 백마를 안탔으면 좋겠다!』라고 아주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애해해해…,왜 백마가 허릴부러뜨리겟니? 내가 뭐 뚱보니? 백마 허리가 부러지게』
통통한 여자아이가 애해해해 웃음을 터뜨리며 백마바퀴를 잘잘잘 돌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
눈을 번쩍 뜬 또또는 너무 놀라서 두눈이 야구공보다는 조금 작게 커졌습니다.
『내 백마를 저런 뚱뚱이가? 안돼! 백마가 죽어버린다고!』
또또가 소리치며 똥똥한 여자아이가 백마를 타고 신나게 성당 마당을 돌고있는 곳으로 돌진하려 할 때, 하얀 손이 또또를 안습니다.
『또또라고 했지? 쟤는 달순이란다. 엄마 아빠가 없지. 수녀님 하고 산단다. 백마 허리가 부러지면 내가 고쳐주마』
수녀님이 손을 뻗어 또또를 번썩 안아 하늘 높이 올립니다.
『너희는 모두 친구 아니니? 달순이가 저렇게 기뻐하는데, 백마 허리가 다섯번 부러지면 그게 문제냐? 그렇지, 또또야?』
또또는 수녀님 말뜻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수녀님이 높이 하늘로 치켜들어 준 것이 너무 좋아서 통통한 달순이도 백마 걱정도 다 잊어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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