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가 없으면 역사를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자료의 수집과 정리는 역사연구에 있어서 기초공사에 해당하는 일이다. 기초공사를 튼튼히 해야지 큰 건물이 세워질 수 있듯이, 사료에 대한 이해가 견고해야만 올바른 역사를 쓸 수 있다. 이 점은 한국교회사를 연구하는 데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가 교회사를 연구하는 까닭은 오늘날 우리 교회의 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교회사를 밝힘으로써 역사의 교훈을 얻기 위함이다. 교회사 연구의 이와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회사의 사료에 대한 정리작업이 우선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다.
최근 가톨릭신문사에서는 신문 창간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드망즈 주교 일기」를 간행했다. 드망즈(한국이름 : 安世華) 주교는 1911년 대구교구의 초대 주교로 부임한 이후 1938년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까지 대구교구의 사목을 책임진 인물이다. 당시의 대구교구는 오늘날 대구, 부산, 안동, 마산교구의 관할 구역 뿐만 아니라 전주, 광주, 제주교구 지역까지 관할했었다. 이와같이 넓은 지역을 관할하던 교구의 책임자로서 드망즈 주교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를 증언하며, 우리에게 귀중한 사료를 남겨주었다.
일제시대 교회사 연구에 있어서 귀중한 자료인 이 일기는 단순한 신변잡기적 기록이 아니다. 드망즈 주교는 교구에 관한 공식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입장에서 27년에 걸쳐 거의 매일같이 일기를 기록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 일기에는 경상도와 전라도, 제주도지역의 교회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이 기록되어있다. 그리고 교구 관내에서 전개된 수도회의 활동, 가톨릭 교육기관, 신도들의 신심활동 등에 관한 풍부한 사실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일제시대 한국인들의 생활과 의식구조를 전하는 내용들도 수록되어 있다.
그러므로「드망즈 주교일기」는 일제시대의 한국천주교회사, 특히 지난날 대구교구의 관할지역안에 속했던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의 교회사를 알기 위해서는 제1차 사료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일기는 일제시대 한국사회의 이해를 위해서도 좋은 자료를 제공해줄 것이다.
한국교회사연구소의 책임번역과 감수로 간행된 이 일기는 평이한 문체로 쓰여져 있고, 자세한 각주는 일기의 내용을 보완설명해 주고 있다. 8백여매의 사진자료가 포함된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일제시대의 교회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 시대에 우리 교회가 가지고 있던 기쁨과 고뇌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일기는 교회사의 전문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감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모두 8백5쪽ㆍ가톨릭신문사 刊ㆍ값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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