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사이파 사람과 세리가 성전에서 드렸던 기도에 대한 강론을 매우 감명깊게 들은 한 젊은이가 자기는『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욕심이 많거나 부정직하거나 음탕하지 않을 뿐더러 세리와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기도했던 그런 사람은 되지않겠노라고 굳게 결심하였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 마당에서 신부님들을 뵈옵자 그는 이렇게 인사말을 건넸다.
『신부님, 오늘의 강론 말씀은 참으로 좋았읍니다』그리고나서 그는 덧붙여 말하기를『신부님, 저는 그 바리사이파 사람과 같지않음을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라고 하였다.
견문이 좁아서 타본당에서는 어떤지 잘 모르겠거니와, 우리 본당의 경우 주일 미사는 사제의 퇴장후 영광송과 성호경으로 곧장 끝을 맺어서 참으로 좋다고 느껴왔다. 그러나 평일미사의 경우는 사제의 퇴장 후에도 이런저런 지향으로 두 세 가지 기도가 잇따를 때가 많다. 이때 나는 자리를 지키면서 입으로야 기도문을 외지만, 마음은 벌써 집으로 향하거나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짧은 시간을 참아내지 못하는 성급함과 옛부터의 좋은 관습에 순응하지 못하는 옹졸함을 탓하며 기도에 빠져계시는 어른들로부터 자청해서 매를 맞기가 태반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이제까지 미사중에 말과 행동과 노래로써 실컷 찬양하고 기도했는데 이제와서 무엇이 부족하여 새삼스럽게 기도를 드리나? 기왕에 하려면 미사중에 할노릇이지…』하는 시건방진 생각이 가슴을 꽉 메우고 있어서 그렇지나 않은지 모를일이다.
언젠가 한번은 묵주기도 끝에『나는 누같이 흰장미 송이로 엮어만든…』하는 기도를 그날 처음으로 들었다. 생각하면 정성스럽게 묵주기도를 바쳤던지가 얼마만인데 별수 있나、지그시 눈을 감고 있을 수 밖에. 더구나 발이 저려 묵주알만 헤아리는데、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표정이다. 이러고서도 매사에『나를 따르라』며 아이들 앞에서는 큰소리만 쳐왔으니.『하느님 올여름에는 별을 세는 마음으로 순수한 기도라도 한편 지어 당신께 정성되이 바치도록 해주소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