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경기에 있어 욕심을 내면 오히려 기록 저조현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마음을 비우고 편한 자세로 임하면 예기치 않았던 호기록이 나타나기도 한다. 뻔히 알고 있는 이치지만 결코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는다. 자기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인간, 천하를 호령해도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인간. 그것이 불완전한 인간의 실체요 본질인 모양이다. ▼1백호 홈런, 36타석 연속 안타 등 기록경신을 눈앞에 둔 야구선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순조롭게 쌓아가던 연속 홈런행진, 잘나가던 타구도「기록」을 염두에 두기 시작하면 형편없이 하락세를 보인다는 것이 선수들의 고백이다.「마지막 하나」에 대한 강한 집착이, 승부욕이 마음의 평정을 앗아가는 것이다. 마음을 다스릴 수만 있다면 아마 우린 유고「자그레브」유니버시아드대회의 참패를 두 번 다시 경험하지 않아도 좋을지 모른다. 물론 기술ㆍ기록ㆍ기량의 향상이 전제가 되어야 하겠지만. ▼「마음을 비우라」는 말이 한 동안 우리 사회를 풍미했다. 김수환 추기경은「마음비우기 권고」는 혼미를 거듭하던 불안정국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여도 야도 마음을 비웠다고 했고 여기저기서 마음을 비우겠다는 소리가 앞다투어 들렸다. 마치 비울 계기가 없어 비우지 못한 마음들인지「이름있는 사람들」의 발언에는 어김없이 마음비우겠다는 약속이 튀어나왔다. 마치「마음비우기」는 이 땅 정치인들의 전용어 같기도 했다. ▼이들이 비운、마음 때문인지 6ㆍ29선언이 터졌고 모든게 너무나 달라졌다. 빠르게 회정하는 정국의 흐름 속에서「이름있는 사람들」의 말은 무성하고 풍요해졌다. 몰아닥친 민주화의 열풍 속에 새로운 국가의 미래를 만들겠다는 정치가들의 소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난무하고 있다. 그 속엔 물론 마음을 비웠다면 사람들도 있다.「대통령 직선제만 되면」「민주화만 되면」아예 야인으로 돌아갈 듯하던 大人의 모습들은 그 조건들이 현실화된 지금 새로운 大人의 모습으로 면모를 바꾸고 있다. 다 잡은 고기를 남에게 주기란 쉽지 않은 법, 마음을 비우라는 말 역시 정치가에겐 어울리지 않는 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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