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피해숫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아직도 정확한 집계는 미지수다. 도대체 어디까지, 얼마만큼 피해를 당할 것인가. 태풍「셀마」. B급으로 분류, 그 위력이 평가절하 되었던「셀마」는 푸대접(?)을 받은데 대한 앙갚음인지 남해안 일대ㆍ내륙지방 일부를 치고받고 할퀴어 엉망으로 만들었다.
17일 아침 사망ㆍ실종 1백68명 재산피해 1백82억원으로 집계가 시작된 피해상황은 하루밤사이 3백여명, 1천억원을 넘어서더니 19일에는 다시 3백15명, 1천5백억원으로, 20일에는 3백 33명, 2천억 규모로 불어나 우리를 경악속으로 몰아넣었다. 20일 저녁 재해대책본부가 밝힌 전체피해상황은 인명 3백34명, 농경지유실 6만2천7백94정보, 이재민 2만6천75명, 그리고 2천1백27억원의 재산을 잃어버린 것으로 집계되었다. 앞으로 또 얼마가 불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불과 하루밤 사이에 당한 피해치곤 정말 엄청나다.
「셀마」의 피해는 천재(天災)보다 인재(人災)쪽으로 보고있고 이에 대한 질타도 사정없이 내려지고 있다. 물론 유관기관들은 매를 맞아 싸고 욕을 먹어도 당연하다. 태풍이 코앞까지 진출해 있음에도 진로에 대해 안심을시켰던 기상대의 어리석음, 비껴지나가는 태풍이라 하더라도「만일의 경우」를 준비하지 못한 관계당국의 태만과 부주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들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겐 넋놓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울화를 터뜨릴 여유조차없다. 그러기엔「셀마」가 휩쓸고간 상처가 너무 깊고 아픔이 진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피해상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전국 인성회, 피해지역 교구는 물론 각 교구는 셀마의 상흔을 치유하기 위한 긴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할지역의 피해상황을 조사하는 한편 이재민들의 재기를 지원하기위한 특별헌금도 즉각적으로 실시, 뜻밖의 참화로 고통중에있는 이웃들에 대한 사랑의 손길을 펴고 있다.
사랑만큼 귀하고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어처구니없이 당한 이재민들의 상처와 아픔은 우리 모두의 사랑의 마음으로만 치유될 수가 있다.
진정 그들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인정, 넉넉한 마음씨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
특히 이번 태풍은 아직도 지난 84년 수해의 상처가 아물지않은 경남 산청지방의「성심인애원」을 또다시 강타했다고 한다. 불구나환자들이 공동체를 이루어살아가는 성심인애원은 두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또다시 세상과 공동체를 이어주는 유일한 교량「성심교」를 잃었고 집과 도로를 잃었으며 그들의 젖줄인 닭(9천2백마리)과 돼지(7백50마리)를 잃어버렸고 축사들을 태풍속에 날려버렸다. 「셀마」가 빼앗아간 9천2백마리의 닭과 7백20마리의 돼지는 인애원 전체 양계, 양돈사업의 40%, 2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사랑의 마음, 사랑의 손길을 펴는데있어 우리에겐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나누는 데 있어 교회안과 밖을 따져 구분할 이유야 물론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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