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으로 나오시지요.
모서리를 깨뜨리는 아쉬움이 있어도 안쪽을 꼭 보아야 할 경우가 있잖습니까. 가끔은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바로 보는 지혜도 있어야 하고 생선도 때 맞추어 뒤집어 구워야 하는 평범한 진리도 있잖습니까.
『이 답답한 인간아, 이 답답한 인간아』하며 서로서로 흘리게 될 때이면, 두말없이 마당으로 나와 보시기 바랍니다.
마당은 그지없이 깔끔하고 별이 총총하답니다. 텅비운 하늘이 보이고 천사들이 보입니다. 거짓없음이 보이고 투정없음이 보이고 이상없음이 보이고!
이러한 마당에서는『어느 누구도 자기 기만에 빠져서는 안됩니다.…정말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면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1고린토 3.18)
참 바보가 되어 축제에나 오십시오, 부디 육(肉)을 벗고 혼(魂)만 오셔도 됩니다. 문은 열려있으나 호르라기 소리라든가 차렷이라든가 경례치레는 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어린이를 아니 천사를 조금씩 배워 가십시오.
하느님이 누굽니까. 善美의 총화라 하십니까. 그러면 누가 하느님을 닮았습니까.
그래요, 어린이가 닮았군요.
거짓을 몰라 참되지요, 속일줄 몰라 착하지요, 사랑스러워서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제 기막히는 곤두박질로 축제에 뛰어 드셨으니, 굳은 팔다리도 흔드시고, 하늘 보고 욕심도 흠으시고 후룩후룩 먹어온 회한의 나이 흠날리시면서 그 형편없던 의식도 휘저어 보시지요.
이세상 모퉁이 돌아 울며불며 가는 길에-혹 그냥가고 혹 따라들 나서기도 하는 길에-여기가 결코 낯선 곳이 아닌 것을 알고나 갑시다.
하늘 빤히 보이는 마당에 나쁜 것을 좋다고, 어둠을 빛이라고, 쓴 것을 달다(이사야5,20)고 떼쓰지는 맙시다.
그래서 어린이처럼 마음만은 잘 헹구고 가십시다.『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순진한 마음으로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거기 들어 가지 못할 것』(마르코10,15)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짬을 내어 마다으로 한번 나오시지오,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고 신령한 것을 구하여(Ⅰ베드로 2,2)짐을 꾸리고 신나는 소풍길에 오르는 그런 마당이랍니다.
우리는 이제 썰렁한 아침의 손을 씻고 깨끗하게 그 길목에 섭시다.
마당으로 나섭시다.
마당으로 나섭시다.
바람 시원한 마당으로 나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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