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의 죽음
『어머니, 이를 어쩌지?』
엄마가 기급을 하고 소릴 치는통에 늦잠을 즐기던 아빠까지 벌떨 일어나서 마루로 뛰쳐나왔습니다.
『여보, 무슨 일 났소?』
아빠의 물음에
『또또가 글쎄…, 내, 기가 차서…』
엄마가 혀만 찹니다.
『또또가 뭘어쨌길래 그래요?』
아빠는 점점 더 궁금합니다.
『글쎄 또또가요, 금붕어를 치료해준다고 빨간약을 금붕어 등에 발라주었지 뭐예요』
『그래서?』
『뭐가 그래서예요? 금붕어 등에 빨간약을 자뜩 발라서 어항에 집어 넣었다니까요?』
『금붕어가 다쳤었나?』
아빠는 엄마 말의 뜻을 알 수가 없다는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묻습니다.
『어머머? 당신 날 놀리시는 거예요?』
『내가 왜 당신을 놀려? 금붕어가 다치지 않았으면 왜 또또가 약을 발라 주었겠소? 그러니 내가 하는 말이지… 또또가 넘어지면 당신도 빨간약을 발라주지 않았소?』
아빠는 아직까지 잠에서 덜 깬듯한 목소리로 중얼중얼 말합니다.
『내 참, 당신 잠 덜 깼군요? 주일이라고 늘어지게 잠만주무시니까 또또가 심심해서 붕어를 치료해 준답시고 그 짓을 한 것 아니예요?』
엄마가 잔소리를 늘어놓는데 또또가 또또의 백마(세발자전거를 또또는 백마라고 부른다)를 끌고 마당으로 들어옵니다.
『오 또또가 오는구나. 아니지 우리집 의사선생님, 어딜 다녀오는지요?』
아빠가 또또를 향해 두팔을 활짝 벌리자.
『못말린다니까요. 어쩜 부전자전이 저토록 맞아떨어진담』
엄마도 그만 웃음이 터집니다.
『엄마, 금붕어가 다 나았지?』
또또의 물음에 아빠도 엄마도 어항쪽으로 고개가 동시에 돌아갑니다.
『어어?』(또또의 놀라운 모습)
『아니,왜 물이 저렇지?』(아빠가 놀라 소리치는 소리)
아빠와 또또의 눈이 마주칩니다.
『또또가 치료를 너무 잘해주어서 그렇지요 뭐』
엄마의 말.
『난 둘째 붕어 등에만 약을 발라 주었는데…』
또또의 기운없는 말.
『저런,또또가 빨간약을 발라주었다고 하더니… , 히야. 우리 또또가 물색갈까지 바꾸어 놓았구나』
아빠는 그제야 모든 상황을 알아차리고 울상이 된 또또를 번쩍 안아 듭니다.
『아빠, 금붕어가 죽었잖아?』
또또의 목소리가 아빠 어깨위에서 떨립니다.
『가엾게도 세 마리가 다 죽었구나』
『난 금붕어를 정성껏 치료해 주었는데, 왜 죽었지?』
또또의 눈물방울이 아빠 목덜미에 똑 떨어집니다.
『정성을 다해도 사람의 힘이 못미치는 때가 있단다』
아빠가 마루 위에 또또를 내려 놓으며 조용히 말하자
『그런 땐 어떻게 하지?』
또또가 묻습니다.
『그런 땐 기도를 해야지. 우리에게 힘을 달라고』
『그래도 안 될 때는 어떻게하지?』
또또의 눈에 가득 고였던 눈물이 또또의 통통한 뺨위로 굴러 내립니다.
『그땐 모든 걸 하느님께 맡겨야지』
『그럼 하느님은 금붕어를 살려주실까?』
또또의 목소리가 방울소리 같습니다.
『그건 하느님 마음에 달렸단다. 자, 또또야. 네가 치료해준 금붕어를 묻어 줘야지?』
아빠가 또또의 얼굴을 들여다봅니다.
『나두 그러고 싶어. 어디다 묻어주는게 좋아, 아빠?』
『글쎄다. 생각을 좀 해 보자구나』
또또와 아빠는 아침밥을 먹고 죽은 금붕어 세 마리를 예쁜 종이에 싸가지고 성당으로 갔읍니다.또또가 성당 꽃밭에 묻고 싶어 했기 때문입니다.
『금붕어야, 다음엔 잘 치료해줄께』
아빠가 판 구멍에 금붕어를 넣으며 또또가 말하자 또또의 똥똥한 여자친구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가엾은 금붕어야, 이담엔 나도 잘 치료해 줄께』
두 아이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꽃밭옆에서 서계시는 성모님도 웃고 그 옆에서 계시는 수녀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