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배가 고프고 속마음이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한들 포식이나 포만의 감정은 그렇게 좋아할게 아닌 듯싶다. 양파 껍질을 하나 하나 벗겨 내버리면 나중에는 먹을게 뭐가 남겠는가? 이렇듯이 말이라는 것도 생각나는대로 쏟아놓는다해서 이로울게 없는 듯 싶다. 말의 경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다 내뱉아버린 다음에 찾아드는 소태맛의 떨떠름한 기분은 오랫동안 가시지를 않는 것 같다.
더구나 벙긋했다 하면 다른 사람의 험담을 늘어놓는 답은 그야말로 고약한 냄새를 피우는 시궁창이다. 직장의 동료나 상사는 물론이고 유명무명의 세인들까지 싸잡아서 한담의 잔치상에 올려놓고 보면 그 누구인들 화상을 입지 않을 자 있겠는가. 마치 자기만이 아는 비밀이요 게다가 제법 정통한 소식이라도 되는양 볼륨을 잔뜩 줄여 귓속말로 소근거릴 때면 말하는 본인이야 시원하고 의기양양하겠지만 화제의 주인공은 갈기갈기 찢기고 그 인격 또한 날날이 해부되어 형편이 말이 아니다. 그러고도 언제 우리가 상대방의 명예회복을 위한 덕담이라도 한번 들려주었던가.
한번은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그분이 하는 일마다 시원한 경우가 있더냐며 이러쿵 저러쿵 입방아를 찧는데 때맞추어 그분이 문을 열고 들어서며 점잖게 한마디 쏘아불였다. 『뒷전에서 말고 본인이 있는 자리에서 까놓고 이야기합시다』점심 때가 되어 단둘이 마주앉아, 나는 넓으나 넓은 세상에 숨을 곳을 찾기가 그렇게 힘든줄 난생 처음 알았다.
또 언젠가는 일간지에서 주워들은 지식을 밑천삼아 마치 현장을 다녀온 양으로 꼭 한번은 찾아볼 만한 곳이라며 침이 마르게 선전을 했겠다. 그랬더니 함께 자리했던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번의 여행길을 나더러 안내하란다. 금새 탄로날 경박한 입놀림에 가슴을 치며 이실직고를할 수밖에. 『아니올시다. 저야 어느 일간지에서 그렇다고 읽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 속에서는 이런 소리도 들려왔다. 『싸다, 싸다, 그 조둥이 함부로 날뛰더나』
『오, 하느님, 떠벌리기 좋아하는 이 입술에 자물쇠를 채우시어, 선한 이를 화상을 입지 않게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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