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는 전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아름다운 관습이 많이 있다. 그 관습들 가운데서 돌아가신 조상들을 위해 후손들이 공경의 예를 표하는 제사를 지내는 관습이 있다.
민속의 날ㆍ조상의 날에는 물론이고 집안조상이 돌아가신 기일이 되면 후손들은 힘든 여건에도 모두 한자리에 모여 조상에 대한 예절을 갖춘다. 그런데 이런 좋은 풍습이 지금은 다소 무의미하게 인식돼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백여년 전 우리나라에 처음 천주교가 들어온 뒤 외국선교사들이 사목을 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죽은 사람을 위해 음식을 차려놓고 절을 하는 등 그들이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행위들이었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이런 행위를 보고 제사는 미신행위라고 보고 제사는 미신행위라고 판단 내려 제사를 지내지 못하게 했다. 이로 인해 박해가 일어났고 수많은 신자들이 순교당하기도 한 것이다.
처음 한국에 온 선교사들이 한국사회에 대해 사전지식이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한국 사회에 대해 좀더깊이 연구하지 않고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적인 미풍양속을 미신행위라고 판단하여 그것을 행하지 못하게 통제한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거론되기 시작한 천주교 토착화운동은 여러 가지 운동을 벌이면서 천주교를 우리에게 맞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척 많은 노력을 해왔다. 아무리 좋은 외국상품의 옷이라도 우리 몸에 맞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와 같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 몸에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버리기 보다는 이것을 우리 몸에 맞도록 바꾸어야겠다. 바꾸더라도 외형상의 변함은 없이 바꾸어야 한다.
우리가 매일 바치는 미사도 십자가상의 제사라고 하지 않는가. 다시 말해서 미사는 우리 인간들을 구원하시고자 아무런 죄 없이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하고 그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또한 우리인간들이 보속하는 뜻에서 드릴 수 있는 최대의 공경표시로써 우리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희생에 보답하는 제사인 것이다.
따라서 교회에서도 미신적인 행위를 배제한 제사는 미신행위가 아니라 조상공경의 한 행위라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신자들이 제사를 무조건 미신행위로만 생각하고 거부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개신교신자들은 이런 모든 것을 부정하면서 제사의식에 참석하지도 않을뿐더러 제사를 지내고난 후 제사의식 때 사용했던 음식물을 일체 먹지 않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제사를 단순히 조상공경행위로서가 아닌 미신적인 행위로써 제사를 지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위패를 모셔놓고 그 앞에서 절을 한다든지 또는 조상의 영혼이 들어올 수 있도록 대문을 열어놓는 행위라든지 여러 가지 미신적인 행위를 한다면 이는 반드시 배제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미신적인 행위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조상을 공경할 수 있다. 즉 기일이 되면 가족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그분의 좋은 성품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든지 또 함께 연도를 바친다든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경의 예를 표현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천주교 수용과정에서 그리고 외국선교사들에 의해 제사문제에 대해 잘못 전달된 것이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는 것이 비단 각 개인의 사고방식에만 문제가 있다고만 볼 것인가. 절대로 그렇지만은 않다.
전통적인 미풍양속이 차츰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시점에서 미신적인 행위를 배제한 조상의 공경행위인 제사마저 부정한다면 한국사회의 모든 미풍양속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교회당국의 세심한 배려와 함께 신자재교육을 통해 신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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