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저녁시간이면 나는『신문사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한다.
책가방을 던져놓고 신문사로 달려간다. 배달된 신문을 한아름 안고 버스운전석에 신문한장 던져놓고 차에 오른다.
『티 없으신 마리아의 성심이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유치원 다니는 동생이 좋아하는「스카풀라」기도는 잠자리에서 우리들이 돌아가면서 기도문을 만들어 바치기 때문에 차속에서도 나는 소망을 성모님께 바치곤 한다.
내가 신문을 배달하는 아파트는 6층계단식 건물로 20여 차례 오르내리면 너무 힘이 들어 당장 그만두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즐겁게 일을 한다.
독자가 신문을 기다릴 생각을 하면 누군가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아 발길을 재촉한다. 뚱뚱한 체격을 가진 나는 일이 끝날 때면 다리에 무리가 와서 절룩거리면서 일지를 정리하고 집에 온다.
엄마와 동생이 마중 나와 기다려주면 아픈 것도 다 나은 것처럼 반갑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개에게 물릴까봐 전속력으로 달리면서『나도 이 정도라면 마라톤 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신문사절」이라고 써논 집에 신문을 계속 넣다가 아저씨에게 호되게 혼도 났다. 또 낯선 아주머니는 내가 불쌍하게 보였는지 동전하나를 주면서 힘내라고 격려해 주시기도 했다.
내가 일을 시작할 때는 엄마와 의논해서 1백일을 목표로 시작했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보람을 갖고 일에 임했다.
3개월 동안 일을 해서 봉급을 찾고 용돈을 모아 합해서 엄마와 성당에 갔었다.
가난한 우리본당 신부님의 헌신적인 사랑! 기금을 모아 보자는 봉사자들의 노력!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 나도 일원으로 작은 액수지만 봉헌하게 되었다. 신부님은 말씀 중에 나를 부끄럽게 하는 말씀을 하셨다.
나의 정성스런 돈은 다른 사람의 열배, 백배보다 더 소중하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씀에 가슴이 뜨끔했다. 사실 난 자전거를 사고 싶은 욕심이 조금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작은 정성이 벽돌이 되어 예쁜 우리성당이 지어지면 너무 기쁘고 행복할 것이다. 엄마가 성당언덕을 내려오며 물으신다.
『훈아, 자전거 못 사서 지금도 서운하니?』
『아녜요. 엄마, 처음으로 보람된 일을 해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엄마의 따뜻한 손을 잡고 마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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