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신문을 보면 5공화국 시절의 정치 스캔들을 파헤치는 국회 청문회 뉴스가 온 지면을 할애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너무나 어이없고 식상해서 아예 큰 글자로 표시된 표제만 읽고 대충 넘어가기 일쑤이다. 이렇게 엄청난 뉴스 뒤에 우리 모두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기사를 확인하고는 다시 한 번 놀라고 내 주위를 살펴보게 된다. 그것은 바로 전국의 국민학생 가운데 아직도 점심을 거르는 학생이 8천 5백명 정도나 되고, 그것도 대부분이 서울지역에 밀집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전국민의 5ㆍ5%인 약 2백3 1만명의 영세민이 생존권의 위협을 받고 있고, 서울시내 35개동의 영세민 가운데 한 달에 소고기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하는 가계가 72ㆍ6%나 된다고 한다. 또한 사당동에 영세민들이 집중해서 모여 사는 판자촌을 철거하느라 여러 사람들이 다치고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제 찬바람이 불어 닥치는 엄동이 다가오는데 이들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불과 일 년 전의 상계동 철거민 사건과 똑 같은 상황이 다시 이 순간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얼마 전의 일이지만 농민들이 피땀 흘려 생산한 고추가격이 생산비에도 어림없는 시장가격 형성에 불만을 품고 데모를 하면서 적정선의 가격을 보장하라고 외쳐댄 적이 있다. 농산물이 어디 금년에 발생한 고추농사뿐이겠는가? 모든 농산물이 생산비조차 나오지 않기에 농촌을 떠나는 농민이 매년 40만을 전후한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갈등의 근본원인이 불균형 성장론에 입각한 1960년대 이후 한국산업화 정책의 후유증이라고 보아야한다. 이것은 당시 절대빈곤을 극복하고 많은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기위해서는 부가가치가 높고 자본회전이 빠른 공업을 먼저 육성하여 사회 안정을 실현하자는 필연적 논리에서 출발했다.
이리하여 자본이 축적되면 자연히 물이 넘치듯 지역 간 부문 간의 불균형이 보이지 않게 손에 의해서 해결되는 것이라고 믿고 성장 우선정책이 절대적 지상명제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의 우리사정은 자본과 기술선진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결국 독점 자본국의 세계체계에 깊숙이 편입되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말하자면 산업화를 통한 사회변동이 일국(一國)적 차원에서 독자적인 자본주의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고 세계체계와 연결 지어지는 분업경제 체제를 형성하여『종속하의 발전』이라는 주변부 자본국의 형 사회 체제를 구축했다.
이러한 주변부 자본국의 형사회체제하에서는 경제잉여의 독점구조가 형성되어 직접생산자인 노동자 농민들의 희생아래서 성장을 이룩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사회화 과정에서 야기되는 불평등과 사회갈등은 권위와 폭력에 의해서 지배되며 경제적 토대와 별로 상관없이 정치적 상부구조가 타율적으로 장악된다. 이리하여 정의나 진실보다는 허위의식이 판을 치게 되고 깨어있는 사회의식은 엄청난 탄압을 받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특히나 1960년대 이후 우리의 정치권력이 민중대다수와 상관없이 타율적으로 등장하여 경제적 토대를 장악육성 하면서 정치와 경제가 상호간의 이해관심에 의해서 유착되어 왔다.
이리하여 군부독재는 지속되고 독점경제 체제는 더욱더 그 영역을 확대하면서 사회 불만과 갈등을 극대화 시켜왔던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사회가 지금 안고있는 가장 큰 문제는 선의의 경쟁을 통한 기회균등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 즉 계층 간, 지역 간, 부문 간의 불평등이 심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사회문제 전반에 대해 제도정치권내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해결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회운동의 중추세력인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이 전면에 나사게 되었다고 믿는다.
1970년 11월 전태일씨의 죽음이 단순하게 어느 봉제공장의 한 노동자의 죽음이 아니라 한국 경제사회 구조의 모순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의 학생운동의 성격이 반독재, 민주화운동에서 현장중심의 민중 지향적 운동으로 전환했으며 낭만적 논리에서 과학적 논리로 발전되었다. 이러한 학생운동이 점점 기층 민중들과 연결의 고리가 강화되고 투쟁이념으로써 자생적으로 좌파이념을 창출해 낸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독재 정권과 독점 경제구조를 종식시키고 개선키 위한 수단이지 결코 목적일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도 여러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고, 비판하고 있는 이러한 좌파이념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나 통제된 사회였기에 심각한 문제처럼 보이나 사실상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가 민주적으로 진행 발전되면 별문제가 아닐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의 국민의식수준이나 정도를 볼 때 민주주의 하에서 인권과 창의력이 존중된다면 폭발적인 사회발전이 이룩된다고 확신한다. 이러한 가운데 비록 어느 정도의 좌파 이념과 뿌리를 내린다손 치더라도 그것자체가 제도 민주사회 내에서 운신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 해도 선의의 경쟁으로 이들을 포용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국가는 자본육성책으로써 국가의 입장을 지양하고 자본과 노동의 상대적 자율성에 맡기고 과감하게 복지 국가체제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복지국가체제는 사회정책을 통해서 빈부의 격차, 계층 간의 갈등, 지역부문간의 조화와 균형을 이룩해야 한다. 우리는 사회정책을 통한 복지국가만이 오늘의 사회전반에서 표출된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또한 우리 교회의 입장도 여러 사회질서에서 이미 보여주었듯이『보조성의 원리』를 철저히 실천하는 능동적 자세이어야 한다. 교회는 국가가 미처 손댈 수 없는 사회의 여러 영역에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가져 지상의 평화를 이룩하는 하느님의 왕국을 건설할 수 있도록 능동적인 투신의 자세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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