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그렇게도 무성하던 나뭇잎들이 하나 둘씩 떨어지고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이 차가운 걸 보니 이제 겨울이 왔나보다. 따뜻한 온돌방이 그리워지고 둘이서 이불 뒤집어쓰고 밤새 인생에 대해, 하느님에 대해 얘기 나누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사회에서 낯설은 사람들과 부딪기면서 살고 있고 너는 수도원울타리 안에서 좋은 형제님들과 즐겁게 살고 있겠지.
소중한 나의 벗.
절대로 신학교나 수도원에 들어가지 않겠다던 너였는데 지금은 수도원에 입회하여 신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두 가지 모두 반대가 된 셈이구나. 처음 나에게 수도원 입회 뜻을 전했을 때 나로선 어떤 말을 해야 될지 무척 난감했단다. 너의 뜻에 무조건 반대를 했던 나였기에 지금도 너를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어떤 길을 택하든 주님께서 원하시는 길이라면 떳떳하게 걸어가야 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친구, 우리는 어떤 길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길인지 판단한 수 없잖아. 단지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장소에서 열심히 사는 것만이 주님 뜻대로 사는 것 아리고 감히 말하고 싶다.
프란치스꼬 성인의「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이라는 노래를 무척 좋아했었지. 그래서 결국은 이분의 삶을 본받으며 살려고 수도원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너의 수도원입회를 반대하고 있지만 나의 가슴속에는 항상 너에 대한 걱정과 부탁이 가득하단다. 그래서 친구, 어디에서 무얼 하면서 살던지 열심히 살아주길 부탁한다. 수도원이라는 공동체가 적응하기에 무척 힘든 장소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수도원형제님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정신이 필요하겠지.
친구, 바람이 제법 차갑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니 친구가 더욱 생각난다. 오늘도 수도원생활이 즐거웠겠지? 내일도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고 언젠가 둘이 만나 소주 한잔 나누자. 친구 옆에 항상 내가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추운 날 특히 건강조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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