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수녀님
십일월 초이틀 위령의 날에 천사의 나팔소리에 하늘로 고이 오르신 복된 수녀님의 환한 모습이 보여 집니다.
수녀님은 흐르는 사랑의 샘에서 가족모두의 가슴마다에 사랑을 넉넉히 부어주셨습니다. 온갖 투정과 불평과 눈물도 당신이 어루만져 주시면 어느새 평온해 집니다. 수녀님은 손은 약손이셨습니다.
20여년동안 복을 받아온 저희 수도가족은 이제 수녀님을 잃은 슬픔에 가슴 메어집니다. 수녀님의 삶은 스승이시며 종이신 그리스도의 모습, 우리 수도회의 영성, 바로 그 자체였습니다.
뵈어도 뵈어도 또 보고 싶어지며 헤어지면 기다려지고, 이제 그 발자국소리 언제 들려주시겠습니까. 기도로 승화된 겸손하신 수녀님, 주님만 계시면 넉넉한 삶이시기에 홀로 주님 품에 가셨습니다. 아-. 수녀님은 떠나셔도 당신의 사랑은 계속 타 오르리.
20년 전 한국에 처음 오셔서 너무나 다른 문화ㆍ사회ㆍ생활습관, 무엇보다 언어의 장벽에 당신은 순교의 정신으로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온갖 고통을 다 감수 인내하시고 저희들을 키워 주셨습니다. 강의 중에 신앙을 늘 신랑이라고 하셨죠. 신랑과 함께 살아가라고요. 웃다 못해 눈물이 나왔지만 사실은 신랑한분, 주님만 믿고 살지 않습니까.
철없이 마구 웃어대어도 다 참으시고 자애로운 눈빛으로 다만 서로 일치하고 사랑하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아무리 큰 잘못도 손을 잡으시고 함께 우시며 용서해주신 어머니. 무엇이나 다 받아 주시고 좋다고 하시며 깨달음을 배워주신 위대한 스승이셨습니다.
때로는 성급한 화를 내시고는 빨리 후회하시고 안타까워하시며 먼저 용서를 청하신 수녀님의 성덕을 표현할 언어의 가난을 느낍니다.
낯설고 물 설은 이국땅 안동에서 수녀님이 뿌리신 영성의 씨앗은 이제 싹이 트고 나무가 커 가는데 왜 떠나십니까. 그 나무그늘 밑에 한번 쉬어 보시지도 못하고요. 바쁘신 중에도 정성어린 격려의 편지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수녀님의 훈훈한 정을.
수녀님, 저희들을 사랑하고 싶어 어찌 하늘에 오르셨습니까. 수녀님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 마음 든든하고 힘이 되었고 푸근했습니다. 내년이면 수도서원 50주년 금경축이신데 금경축은 하늘에서 축하받으소서.
상지학교를 완공해 놓으시고 인가를 못 받아 텅빈 교실을 보시며 못내 안타까워하시더니 승인을 받고 학생들이 입학하니 그 크신 눈동자에 감회의 눈물을 줄줄 흘리시던 그 모습,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수녀님, 다 주어도 못다 주신 것처럼 못내 안타까워하시는 자비로우신 사랑 때문에 말 못하시는 고통이 얼마나 크셨습니까. 자신에게는 철저하시고 가난하시며 남에게는 늘 후하시고 관대하신 여리신 마음이 당신의 영적인 힘으로 오히려 강인함을 배우게 하셨습니다.
아-. 복된 어머니
어머니의 유언은 언어를 초월한 사랑이셨습니다. 서로 하나 되어 사랑하라시며 몸소 실천하신 칠십 여년이 장하신 수녀님, 이제 천상에서 월계관 받으시고 영원한 복 누리소서.
그리스도 교육 수녀회 이아녜스 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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