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오곡백과를 추수하는 11월을 연옥에서 고통 중에 있는 영혼들을 빨리 하느님나라 즉 천국에 오르기를 간구하는 위령성월로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난 모든 선조들의 영혼을 이달에만 생각하고 기도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무성했던 나뭇잎이 단풍으로 변하여 떨어지는 스산한 이 계절에는 그 어느 때보다「죽음」을 생각하고 먼저 이 세상을 떠나신 그분들의 영혼을 기억하고 기도하자는 의도는 매우 의미 깊다고 생각됩니다.
모든 오곡백과가 알찬결실을 맺고 그 열매를 추수하는 풍요로움과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의 쓸쓸함과의 관계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우리는 이달에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열매와 낙엽, 풍요와 쓸쓸함의 관계는 우리인생 여로와 비교해 볼 때 우리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하느님과 인간을 위해 풍요한 열매를 맺고 떨어지는 낙엽처럼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끔 죽음을 생각하고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기리며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미사 때마다 거양성체 후 사제는 죽은 모든 이를 위하여 기도드리는데 우리는 봉헌하시는 사제와 함께 얼마나 정성 되이 기도에 동참했는지를 한번 반성해보고 앞으로 미사 중에는 참된 기도를 드려야할 것입니다. 사실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은 우리자신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도요한」의 말대로『우리는 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남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장담할 수 없다』라는 말을 음미하여 볼 때 우리도 죽어서 연옥에 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쌍한 연옥영혼들이 하느님 품으로 속히 귀의하도록 기도함은 우리지상교회 모두의 의무인 것입니다. 연옥 영혼들이 지상교회의 기도로 천상교회에 오를 수 있다고 볼 때 천상교회의 모든 성인들은 우리에게 어떤 기도를 바치실까요?
분명합니다. 우리가 연옥영혼을 위하여 기도한다면 그들이 천상교회에서 우리의 기도와 희생을 잊지 않고 우리에게 필요한 은총을 빌어줄 것입니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사도신경에서 늘 기도하는『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라는 기도가 실현될 것입니다. 이것은 지상교회와 천상교회간의 일치와 화합을 이루어 죽은 자와 산자가 하나가 되어 죽음과 삶이 별개의 것이 아니고 동일 시 된다는 이론도 성립되지 않겠습니까?
11월에는 대림시기가 시작 됩니다. 「그리스도의 탄생」즉 귀한 생명을 기다리는 희망의 시기가 위령성월 중에 있으니 죽음 뒤에 오는 참 생명의 탄생과의 연결은 얼마나 신비스러운 섭리입니까? 그러기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죽음이 영원한 죽음이 아니고 참삶ㆍ생명의 과정이라는 희망을 갖고 기뻐하고 있습니다.
11월은 이 세상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을 생각해보며 그리스도의 탄생을 희망하며 지내야할 반성과 죽음, 생명의 달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 위령성월 중에 어느 하루를 택하여 교회묘지나 선조묘소를 찾아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성인ㆍ선조들을 생각하고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해 보심도 매우 뜻 깊은 일이 아닐까요?
한편 다가올 대림시기에는 세계성체대회를 앞두고 우리 천주교회에서 전개하고 있는「한마음 한몸 운동」의 실천사항 (헌혈ㆍ헌안ㆍ입양ㆍ결연 헌미 등) 인 나눔에 적극 참여하여 깨끗하고 겸손 되고 사랑에 찬 우리마음에 참 생명이신 아기예수님을 모시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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