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일인지 모르게 오늘따라 바람이 차가왔다. 몇일전까지만해도 따스하던 햇빛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오늘은 회색빛하늘과 바람뿐이었다. 오늘은 오륜대순교자 기념관으로 1일피정을 가는 날이다.
사람들로 꽉찬 버스속에서 시달리고 지하철속에서 한참동안 서있고, 그것도 모자라 한참동안이나 고갯길을 올라 겨우 오륜대 순교자 기념관에 도착했다. 정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옛 순교자들의 숨결이 가득히 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우리나라의 103위 순교성인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가지 책들이 많이 읽었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책만으로는 그분들의 고통을 이해하기에 나는 너무도 어렸나보다. 군문효수, 교수형, 참수형들도 구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곳에서 여러가지를 본뒤 정말 느낀 것이 너무도 많았다.
보기만해도 무시무시한 칼들과 마음약한 사람들은 무섭다고 고개돌릴 것 같은 여러 형구들…. 이모든 무서움속에서 하느님나라의 은총만 그리며 그렇게 쓰러져갔던 여러 순교자들. 그들이 손때가 묻은 책들과 내몸보다도 소중히 여기던 묵주와 많은 십자가…. 그분들의 고통과 피와 쓰러짐이 있었기에 내가 아니, 여기 선 우리 모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께 청하오니 내맘속에 주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도 주를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한줄한줄 서툴게 읽어내려가는 우리들의 목소리는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우렁차기만 했다. 비록 기도서를 들고 있는 손은 빨갛게 꽁꽁 얼었을지라도….
우리 모두의 몸과 마음은 조금더 큰 어른이 되어 깜깜한 밤에도 영원히 빛날 별이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들은 흔히 말한다. 『내가 조선새대에 태어났더라면 잠깐동안 아픈 것을 참아서 성인성녀가 됐을건데…』라고.
하지만 오늘의 1일 피정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103위 성인, 성녀들은 하느님의 무한한 은총을 받아 행복하게 하느님 나라로 가셨다는 걸 우리들 모두는 알고 있다.
우리 모두 굳게 약속하자.
만약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이 있어서 옛날 조선시대의 박해때로 돌아간다면 당당하게 모든 사람앞에 나가『나는 하나이신 천주를 믿는 천주교신자 입니다』라고 말할수 있도록 말이다.
비록 칼아래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아픔이라도 하느님은 항상 우리곁에 계시며, 모든것이 진정한 하느님의 은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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