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기 위해 입원할 때, 아내를 속여 보름동안 개인 피정을 다녀오겠다고 하며 집을 나섰습니다.
수술하는 날 조금도 두려움이나 걱정되는 마음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실에 들어갔고 수술 후의 경과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마취에서 깨어나면서부터 심한 고통을 느꼈지만 그때 저는 십자가위에 못 박혀 매달리신 주님을 죽여야 마땅한 이 죄인을 대신해서 높이 들려 올려져 죽음의 고통을 당하고 계시는 주님을 생각하면서, 살아생전에 주님의 공통에 동참할 수 있는 영광을 저에게 주신 크신 사랑에 감사하면서 밀려오는 고통을 참았습니다. 입원 후 8일째 되는 날, 실을 뽑고 바로 퇴원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느냐』면서『피정 간 사람의 얼굴이 어째 그 모양이 되었느냐? 단식피정을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웃으면서『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밤, 자정이 넘어서 저는 아내에게『함께 기도하자』고 하면서「마태25: 31~46」의 말씀인「최후의 심판」을 읽고 나서 말했습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살기 위해 대자에게 콩팥을 떼어주고 왔소.』하면서 수술한 자리를 보여 주었습니다. 아내는 몹시 놀라고 당황하는 모습이었지만 곧 침착하게 그러나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참 좋은 일을 했어요. 나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큰일을 했군요. 주님이 무척 기뻐하실 것이고 나도 고맙게 생각해요』『당신께 숨기고 의논 없이 수술한 것을 사과하오. 앞으로 이 수술을 핑계 삼아 당신에게 폐를 끼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소. 아마도 주님은 전보다 더 나은 건강을 주시리라 믿으오』라고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4개월이 지난 지금, 대자도 저도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가운데 지난날의 괴팍스럽고, 신경질적이며 이기적이던 못된 나는 점점 죽어 없어지고 날로 새로운 나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성령께서 나의 마음을 다 차지하셔서 마귀를 온전히 쫓아내 주신 것을 확신합니다. 저는 항상 어디서나 나를 이끌어주고, 지켜 주고 계시는 하느님의 사랑의 손길을 절실하게 깨닫고 있습니다. 스스로 쓸모없는 인간쓰레기라고 자학하며 절망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몸부림치던 나였는데, 이렇듯 몸부림 치던 나였는데, 이렇듯 일으켜 주시고, 보살펴 주시는 하느님께 진정 감사를 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무한하신 은총으로 생명을 이어주셨고, 또한 저의 가정을 지켜 주시는 방패가 되어 주셨습니다. 못난 저 대신 아내를 가정의 믿음의 기둥이 되게 하시고 그에게 어떠한 역경에서도 견디어낼 수 있는 힘을 주셨기 때문에 저희 가정은 지금까지 전재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신 선물은 아들, 딸에게 주신 특별하신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바르게 애비노릇도 못하고 지내왔지만 애들은 구김살 없이 밝고 맑게 그리고 건강하게 똑똑하게 자라도록 해 주셨습니다. 두 애가 모두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공부 잘하고 부모에게 순종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는 존재로 자라게 해 주셨습니다. 참으로 하느님께서는 저희 가정을 절망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게 일으켜 주셨고, 가장 값진 것으로 가득가득 채워 주셨습니다.
지난날에 저질렀던 엄청난 죄과에 대한 보속과 베풀어 주시는 하느님 은혜에 조금이라고 보답해 들리기 위해서 이 세상 마치는 날까지 저는 아내와 함께 정성을 다 바쳐 기도와 성서의 생활, 사랑과 희생의 봉사생활에 게을리 하지 않으렵니다.
다음호부터는 김순희씨의 신앙수기「십자가는 영광의 빛」이 연재됩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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