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원칙적이고도 무절제한 에로물 영화들이 극장가에서 판을 치고 있어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가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윤리ㆍ도덕의 문제는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자율성에 의해서 통제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 해악은 사회전반에 걸쳐 파급된다는 점에서 개인 문제의 범주를 벗어나 사회도덕적인 차원에서도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윤리ㆍ도덕의 기준은 나라의 풍습이나 개인의 사고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 있으며, 종교의 유무에 따라서도 상당한 차이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개개인의 윤리ㆍ도덕심을 함양시킬 수 있도록 배려하는 환경은 곧 그 사회를 깨끗하고 밝게 하는 첩경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6ㆍ29선언 이후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저질 에로물 영화들은 도덕심을 마비시키고 윤리 판단의 기준을 흐리게 한다는 점에서 과감히 거부되고 정화되어야 마땅하다.
우리사회는 70년대 들어서서부터 공업화를 통해 이룩한 성장도 크지만 이 과정에서 무절제하게 수용된 서구문물의 범람 등으로 이기적인 사고와 도덕성의 타락이라는 큰 손실을 입었다.
비단 영화뿐 아니라 저질비디오 테이프, 잡지 등이 사회문제화 된지 오래이지만 이에 대한 당국의 예방책은 속수무책일 뿐이다.
결국 이러한 인간의 시각적인 욕구충족을 위한 상품들은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따르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저질상품의 제작과 공급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요자의 의식혁명이 선행되지 않는 한 원천적인 해결은 불가능한 것이다.
금전만능주의가 팽배해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 직접적으로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도 얻어낼 수 있는 돈벌이를 하지 않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불로소득이 횡행하고, 강도와 파렴치범들이 날뛰고, 권세를 업고 수십, 수백억을 쉽게 삼키는 이 사회에서 불량ㆍ음란영화 제작자의 양심에 의존하기란 기대난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정화시키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볼 때 교회는 이 문제에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60년대 초 교황청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상영되고 있는 영화를 윤리ㆍ도덕적인 등급을 매겨 볼 수 있는 영화와 금지하는 영화를 안내한 적이 있다.
AㆍBㆍCㆍDㆍE등 5등급으로 구분, A급은 누구나 볼 수 있고, B급은 어른만, C급은 어른과 청년만 볼 수 있는 것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D급은 도덕상 유해하지만 부분적으로 허용하였으며, E급은 금지영화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관심조차 없었던 약 30년 전에 이러한 지침서가 교회에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가 윤리ㆍ도덕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저질영화 때문에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옛날 방식이기는 하지만 각 교구별로 주보란을 이용, 영화의 등급을 매겨보는 것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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