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주일은 대림 첫 주일이면서 교회력으로는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교회의 새해가 대림주일로 시작되는 것은 현대를 사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큰 의미를 부여해준다고 볼 수 있다. 구약시대에는 약속된 메시아가 오시기까지 수 천 년을 기다림 속에서 살았다. 그러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가 강생하시어 세상에 사시다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다음에는 예수의 성탄과 재림을 매년 기다리며 대림절을 지내고 있다.
대림절이 매년 새로이 탄생하시는 구세주를 맞을 준비를 하고 아울러 언젠가 재림하실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할 준비의 시기라면 대림절을 사는 신앙인의 삶은 이에 합치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림절이 희망의 시기임과 아울러 회개와 자성(自省)의 시기임을 다시 한 번, 언급하고자 한다. 어둠과 절망, 고통과 좌절의 심연에서 우리를 구해줄 구세주가 미구에 오신다는 약속은 인간에게 무한한 기쁨과 희망을 갖게 해준다. 이러한 희망이 우리 인류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면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내일의 희망이 명확히 주어져 있기에 우리 인간은 특히 신앙인들은 현세의 어떤 고난과 역경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은 5공화국의 온갖 비리와 부정을 청산하려는 작업이 국회를 중심으로 범국민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학원소요와 근로자ㆍ농어민들의 외침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화로 옮겨가기 위한 구시대적인 사고와 행동양식들이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민 개개인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시대, 인권이 보장되고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민주시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부풀고 있는 때가 지금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제5공화국의 통치책임을 맡았던 전두환 前대통령이 11월 23일 오전 TV를 통해 자신의 과오와 잘못을 비교적 소상히 시인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적어도 전 前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쇼」를 벌였거나 국민을 기만하려는「저의」가 없었다면 23일의 TV성명에서 비친 그의 태도나 자세는 죄인으로서의 뉘우침과 사죄를 비는 겸허한 모습이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자기의 죄과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는 죄인에게 보여주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해주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은 우리시대 바로 이 순간 가장 절실하고 긴요한 말씀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신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리가 타인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을 때 우리도 하느님 앞에 용서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교회의 새해가 시작되는 오늘 구세주의 성탄을 준비하는 거룩한 대림절에 우리교회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은 이 세상에 회개와 용서를 설파하고 몸소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마음속깊이 응어리진 불신과 적대감, 원한과 복수심을 용서와 화해로 이끌지 못한다면 우리 교회는 그야말로「직무유기」를 하는 것임을 강조해두고자 한다.
곧 다가올 메시아의 탄생이 진정으로 이 땅에 평화와 기쁨을 가져올 수 있기 위해서는 전국민이 용서하고 화해하는 일에 우리 교회의 모든 노력과 열성을 아끼지 말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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