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오후 7시 50분 서울 종로성당 3층 강당에서는 고문과 테러추방을 위한 공개강연회가 있었다.
이날 발표자인 김근태씨는 강연 중『저는 이 시대의 최고의 양심으로 서준식씨와 지금도 옥중에 있는 서준식씨의 형 서승씨를 꼽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으로 동의하지 않고 다만 형식적으로 전향서 한 장만 쓰면 지긋지긋한 교도소생활을 끝낼 수 있었을 터인데도 전향서 쓰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판단, 끝내 거부함으로써 석방이 늦어지거나 출옥기회를 포기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강연내용과는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이 말을 들으면서 동시에 스치는 생각은「순교자가 무엇인가」하는 것이었다. 「순교자」라고 하면 우리는 하느님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주변의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그 신앙을 죽음으로써 지킨 이들을 일컫는다.
자신의 편안한 삶만을 추구하지 않고 이웃의 고통을 덜어 주기위해 애쓰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러한 일에 투신하다가 투옥, 온갖 비인간적인 대접과 회유 속에서도「올바르지 않은 것에 대해 올바르지 않다」고 하는 데는 특별한 인내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유추해보면 강연 중 들었던 이들은 분명신앙인이든 아니든 순교자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은 「살아남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생명은 하느님이 주신 고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할 때 그 생명을 주신분의 뜻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함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불현듯『현세의 각박함 속에서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며 현실의 생명마저 온전히 포기할 수 있었던 순교자 신앙과는 상치되는 삶을 살지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섬은 나만의 기우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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