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구만 가도
노상 생나무 냄새 풍기는
젊은 어깨들
뗏목 흐르듯 흥청대는 거리가
오늘은 천 길 늪이 되어
울음 소릴 돋구고 있다.
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이름 하나
말 머금은 채 보내는 고향길
학교 담 살아남은 줄장미 흰꽃도
창포꽃 빛 멍울을 삼킨다.
안개 아닌 안개가
그 심장의 북소리 멈추게 했을까
억지 쓰듯 새 다리 휘감고 넘어지게 했나
툭툭 털고 일어나
칠전 팔기의 오똑이 왜 못되고
시퍼런 눈 감고
잠시 웅크렸다 용수철처럼
튀어오를텐가
하늘하고, 우리의 하늘하고라도
말 좀 해 볼 것을
2
그래, 참으로 잘 사는 건
죽음 이후의 삶
죽더라도 아주 죽지 않아야
척박한 땅의 빛이 된다
보름달 예사로 뜨는 때가 차면
한밤중 모두의 목마름이 가신다
편안하고 편안한 나라에서 만나
풍요롭게 한 바탕 살자
끝이 아닌 진실의 끝
처음 시작은 보잘 것 없이 미소했으나
우리의 나중이야말로
샛별처럼 처다보일만 하지
그래, 그 때부터 새로이 사는
꽃 같은 목숨
한데 모여 뜨겁게 살거니
그럴듯하게 살거니.
3
잃어버린 물건처럼
노을이 오고있다
종일 기다린 백양로에
너 대신 비 젖어 펄럭이는 현수막
먹물로 그린
주먹만한 네 이름이
내 쓰린 눈에 분필가루를 뿌리고 간다
나팔도 없이 외쳐대는
고함 가까운 너의 목소리
교외선 막차도 멈추고
길 가는 사람 모두
이 저녁 너의 청중임을 누가 막으랴
밀알의 희생 영글게 하자는 약속이
빈 다짐 아니길
물거품 안되길 꿈꾸고 꿈꾸기다
큰 소용돌이 대신
깃드는 것은 무엇인가
어둠 속 노여움 풀린 네 얼굴 보며
큰 별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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