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를 공부한지 겨우 두 달 남짓, 창세기의 극히 서론에 불과한 원 역사(1장~11장)를 마치면서 하느님의 깊고 심오한 진리와 사랑을 깨닫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지만 제 나름대로 그동안 배우고 느낀 점을 적어 보려고 한다.
아담과 이브가 하느님의 말씀을 순명치 않고 하느님과 같아지려고 한 원죄를 시작으로, 카인이 동생 아벨을 시기 질투하여 저지른 살인죄, 세상이 사람들의 죄악으로 가득 차게 되자 하느님께서는 공연히 사람을 만들었다고 탄식하시면서 물로써 심판하신 홍수이야기, 또 하느님 계신 하늘 끝까지 탑을 쌓아 이름을 떨치고 신과같이 되려 했던 인간들의 교만을 그리 바벨탑 이야기.
이처럼 창세기의 원 역사는 인간의 범죄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같은 인간의 죄와 폭력에도 불구하고 자비와 축복을 내려주시며 인간의 한계를 알도록 시시각각으로 깨우쳐주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모든 것이 다 인간의 힘으로 되는 것처럼 창세기 때와 지금이 어떻게 다른가? 창세기를 공부하면서 그때와 지금을 조용히 비교 묵상해 본다. 인간의 지혜와 능력을 다 동원한 듯한 고도의 과학이나 의학의 발달로 인해 상상치도 못했던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요즈음이다. 수많은 핵무기와 더불어, 오로지 하느님만의 영역이었던 새 생명의 창조까지도 넘보는 시대가 되었고, 유전공학으로 동물과 식물을 원하는 대로 갖가지 형태로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창세기 때의 하느님과 같아지려고 한 욕심 못지않게 인간의 교만과 욕망이 극치에 달해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외형적인 것만 하느님을 닮으려고 하고 있고 하느님의 능력을 초월하려고만 발버둥치고 있을 뿐 희생과 사랑으로 당신의 몸까지 제물로 바치신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고 또 하느님의 모습대로 살아가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 지 많은 의문과 반성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살림을 하는 주부로서 성서공부를 한다는 것이 여간 힘들고 벅찬 일이 아니다. 그러나 꾸준한 인내와 열의로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길 바라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참사랑과 참뜻이 담긴 성서를 접함으로써 보다 원숙한 신앙인의 자세를 가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게 되기를 아울러 기도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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