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이 삼백명이던 교우가 불과 6년만에 5천명을 넘어서니 몇 주일만 지나도 못보던 얼굴이 많고 주위에는 모르는 얼굴이 더 많은 편이다.
「사랑실천」「성체안에 하나되어」라는 말들을 여기 저기서 보곤하지만 새로 이사온 교우가 많은 우리 본당은 사실 문제점이 많고 무엇보다도 한 형제 자매임을 느낄수 있는「알고 지내기 운동」이 시급한 문제이다. 아무리 사랑과 봉사와 친교를 이야기한다 해도 서로가 알지 못하고 서먹서먹 할 때 이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문제일 것이다.
본당의 중요행사가 거의 끝나가고 추워지기 전 11월 첫째 주일, 서로 얼굴을 익히고 인사를 나누는 날을 정하여 이름을「본당의 날 큰 잔치」라 부르고 이날에 음식을 서로 나누며 인사하고 대화나누는 친교의 날로 정해 본당에서 전교우가 하루를 즐겁게 보내기로 계획을 마련하여 보았다. 홍보는 되도록 철저히 하였고, 이러한 행사를 통해 이웃에 복음을 전해보려는 뜻으로 지역 주민들도 많이 초청키로하고 초청장도 여러곳에 발송하였다.
이날 필요한 음식은 본당의 26개 구역에서 각기 자발적으로 특성있는 음식을 준비토록 하였으며 어디까지나 구역장 중심으로 반원들과 상의하여 협동과 봉사, 공동체 정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계획하여 보았다. 처음에는 필요한 재워도 없이 음식을 준비하라고 하니 불평도 있고, 마음이 편하지 않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친교를 위한 본당의 대행사이어서 어쩔수 없이 따라오는 모습도 보였다.
걱정 끝에 드디어 행사날이 왔다. 9시 미사후에 개장 테이프를 신부님, 교우들과 함께 끊고, 행사가 11시 미사후가되니 예상 외로 성황을 이루어 오후1시가 되자 음식이 떨어졌다고 여기저기 구역에서 즐거운 환호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녁까지 시간은 충분한데「또 부족한 것을 준비할까?」「준비했다 안팔리고 남았으면 어떻게 하지?」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서로 결쟁하듯 예상을 잘못한 자기들의 부족함을 아쉬워하는 모습에서 어제까지도 얼굴도 모르던 교우들이 서로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즐거운 한마당 잔치장으로 변해갔다.
다른 본당의 교우들도 많이참여하여 주셨고, 지역 주민들도 오셔서 하루를 즐기고 돌아가셨으며 또한 외국 신부님들과 주위 신부님들도 오셔서 칭찬하여 주셨다.
『살아있는 본당 행사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하시며 손님신부님께 마냥 칭찬하여 주실때에는 더욱 기쁘기 한량 없었다.
성당벽 쪽에는 본당기공식때부터 지금까지 변화되어온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소중하게 보관하였던 것을 여러날 동안 재편성하여 전시하였더니 이것 또한 교우들에게 매우 재미있는 전시물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친교가 잘 이루어 질수 있을까? 하고 망설이던 분들이 기분좋아 웃으며 협조한는 모습에서 오늘의 행사가 더욱 보람이 있어 보였으며, 가슴이 뿌듯하였다.
며칠전부터 각 구역에서는 함께 모여서 계획하고 음식도 만들며 어떤 구역에서는 구역장이 불편한 몸으로 직접 휠체어를 타고 2시간이 넘는 가락동 농산물시장에 까지 가서 싼물건을 구입해 왔다니, 그 정성 또한 금메달감임이 틀림없다. 저녁10시가 넘었다. 어디선가 흥겨운 노랫가락소리가 들린다. 아마 낮부터 애용한 막걸리가 기분을 돋구었나 보다. 몇몇 구역장들이 빨간불빛으로 다가오더니『회장님, 이런 잔칫날 자주 만듭시다』하고 말문을 연다. 참으로 놀랄일이다. 처음에는 힘들어하고 다소 불편해하던 분도계시더니 이제는 횟수를 늘려보자는 부탁이시다. 예상외의 친교와 화합의 결실을 거둔것같다. 정말 뜻밖이엇다.
『주님, 감사합니다. 모든것이 어렵겠다고만 주저하던 저희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셨고, 순박하고 성실한 우리 교우들과 함께 당신의 이름으로 기뻐하고 즐길수있게 허락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봉사하고 서로를 알게 되었으며 이웃에게도 이러한 시간을 통하여 당신의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즐거운 장소가 될수있게 허락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자정이 가까워진다. 하나 둘 불이 꺼지고 길게 늘어선 천막들이 걷어워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봄, 가을로 횟수를 늘려 친교의 날을 정하고 운동회도 곁들인 즐거운 본당의 날을 정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날로 계획하여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집으로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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