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의연금품의 행렬이 참으로 놀랍다. 트럭과 미니버스 그리고 승용차에 실려 계속 이어지는 정성과 사랑의 행렬은 끝도 한도 없는 듯하다. 올망졸망한 보따리에서 부터 반듯하게 정리된 상자들, 고추장·된장단지에 이르기까지…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가 수해발생 즉시 시작한 수재민돕기 수재의연금품 모금은 성금은 성금대로 물품은 물품대로 형제애의 부피와 무게만큼 우리 스스로를 놀라게했다. 각 본당별로 수집된 사랑의 물품들은 8월 4일 현재 20여트럭분(4·5톤), 실로 대단한 반향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이날 오전 교구 관리국 집계에 따르면 80여본당과 기관단체 및 수도회가 보내온 성금은 1억5백여만원. 앞으로 나머지 40여개본당 성금을 보탠다면 1억5천여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교구특별 헌금사상 최고액수를 기록할 것은 분명하다.
피해가 엄청난만큼 함께 아파하는 이웃의 마음 또한 엄청난 이 현실은 시련의 연속속에서도 한가닥 희망을 우리에게 주고있다.
그러나 각 지역교회의 형제애와 수많은 동포들의 사랑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고통의 현장에 있는 우리의 형제들은 아직 그 고통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빠져나오고 싶어도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참담한 것이 수마가 휩쓸고간 현장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현재 각종 매스컵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복구 실적과는 달리 몰이 빠진 금강유역·수해현장을 다녀온 기자들은 수마가 할퀴고간 상흔이 너무나 처절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아직도 막막한 실정이라고 수해복구현장을 전했다.
썩어가는 볏잎냄새가 진동하는 갯벌들, 이를 맥없이 바라보기만하는 농민들의 모습속에서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찾아본다는 것 그 자체가 어쩌면 민망한 일일런지도 모른다. 때문에 한벌의 옷과 한봉의 라면으로는 그들이 잃어버린 삶의 본체를 결코 되찾게 할 수는 없다. 교회가 모금하는 성금액수가 수억을 넘는다해도 어림없는 일이다. 깡그리 날려버린 폐허 위에서 몇가지 생필품과 의류가 줄 수 있는 의미는 너무나 미약할뿐이다.
지금 당장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 스스로 일어서겠다는, 살겠다는 의지하나다. 폐허를 딛고 내 땅, 내 집을 가꾸겠다는 재기의 집념없이는 수십대 아니 수백대 트럭분의 수재의 연금품은 아무런 의미가 있을수없다. 교회는 바로 그들의 의지·의욕을 되살려주는데서부터 사랑과 나눔을 시작해야한다. 어떤 환난과 시련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헤쳐나가야 한다는 아픔의 나눔과 격려위에서 교회의 성금과 사랑의 물품은 비로서 제가치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현재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구호성금·구호물품전달에 팡서 농민들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진정어린 관심을 갖는 것 뿐입니다. 또한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수재민 대책을 수립, 즉시 수행할수 있도록 촉구하고 건의하는 것입니다』수재의 현장에서 농민들과 함께 수마를 겪은 신부들의 한결같은 지젹은 교회가 맡아야할 진정한 몫을 극명하게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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