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창조되었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평등한 인격적 존엄성을 지니고 있고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이것을 한마디로 압축해서 인권(人權)이라고 한다.
인권은 존중되어야 마땅하고 인간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불행히도 강자나 지배자가 이기심과 사리사욕, 그리고 권력을 남용하고 공동선을 저버림으로서 인간의 자유를 유린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권리를 억압하는 사례로 점철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 아닐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권의 유린은 정치제도 하에서 자행되어 왔다. 절대군주제도에서의 절대권력 계급과 그에 반대되는 계급간의 인권이란 동등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예수그리스도께서 억압받는 사람의 해방을 위해서 선포한 복음(福音)은 교회가 인권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잘 가르쳐 주고 있다.
그리스도의 첫 설교 역시 억압받는 사람들의 해방을 선포한 것이다. 따라서 인권문제에서 가장 강조해야할 부분은 약한 자의 권리를 수호하는 일이다. 교회가 가난하고 버림받은 자, 병고에 시달리는 자,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자, 노약자, 불구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인권은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다(창세기1장20~27절)는 개념에서 비롯되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현재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인권이란 개념은 그리스도교적인 배경 속에서 탄생된 것이다. 인류의 구원자인 예수 그리스도는 억압받는 인류의 해방, 곧 인권의 수호자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인권문제는 가톨릭교회의 사회원리 중에서 가장 중요한 교리중 하나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가톨릭교회는 언제나 인권수호자의 입장에 서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가톨릭교회의 최초의 인권선언이라 할 수 있는 1891년 레오 13세의 역사적인 회칙인「노동헌장」(Re.rum novarum)반포 이후 가톨릭교회는 지속적으로 인권을 수호하고 신장시키기 위해 발언하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인권회복을 위한 인권선언은 1215년 영국에서 발표된「대헌장」(Magna Carta)으로 기록되고 있다. 예수그리스도의 인권설교 후 약 1천2백년 만에 발동된 것이다. 이후미국ㆍ프랑스ㆍ독일 등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인권이 입법화되면서 개선되어왔고, 가장 체계적이고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 유엔의「세계 인권선언」이 나온 것은 불과 40년 전인 1948년이었다.
전문과 30조로 구성되어 있는 세계인권선언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규정하고, 노예의 금지, 고문, 비인도적 대우의 폐지, 사상양심ㆍ종교의 자유, 집회ㆍ결사의 자유 등을 강조 하였고, 정치적ㆍ사회적ㆍ문화적 권리고서 사회보장, 노동권, 휴식권, 여가의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가톨릭교회가 1891년「노동헌장」반포이래 선언하고 규정한 다수의 가르침 역시 세계 인권선언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문제는 인권이 선언만으로 수호되지 않는데 있다. 아무리 훌륭한 선언이 있다하더라고 이것이 실천되고 지켜지지 못한다면 의미는 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채택 선포된 세계인권선언은 인권을 수호하고 신장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권이나 인간의 인격과 양심의 존엄성이 아무리 불가침의영역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수반되는 책임과 의무를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우리나라는 지금 중요한시기에 놓여있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인권이 신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일수록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중시해야 한다. 책임과 의무는 망각한 채 무리한 요구와 행위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체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껴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자기의 권리를 과장하고 절대화하는 못된 습성이 있다. 그 결과 타인의 권리를 과소평가하거나 망각하기 쉽다. 자기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남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치지 못하면 결국 자기의 권리마저 잃게 되고 마는 것이다.
이에 교회는『누구든지 다른 사람에게 감히 정의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사람은 먼저 그자신이 다른 사람의 눈에 정의로 와야 한다』(세계정의에 관하여 9항)고 가르치고 있다. 이 가르침은 인권의 미명하에 또 다른 인권을 짓밟을 수 있다는 경고를 가장적절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12월 4일 대림 제2주일은 주교회의가 제정한 제7회 인권주일이다.
인권을 쟁취하기 위한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실천적인 행동의수반이 뒤따라야함을 재확인하는 것이 인권주일을 맞는 신앙인의 자세일 것이다.
이와 함께 인권주일은 교회안의 인권존중문제에 각별한 관심과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교회종사자들을 비롯한 교회조직 안에서 인권이 제대로 존중되고 있는가를 반성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간절히 촉구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