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고향「황해도 감목 대리구 폐쇄사」를 끝으로 긴 회고를 끝내는 노사제의 눈매는 어느덧 촉촉한 물기로 서서히 젖어들고 있었다.
1897년 황해도 송화출생. 1926년 서품. 92세로 현존하는 한국 사제 중 최고령자인 구천우 신부.
화려하지 않지만 강철 같은 의지로 사제의 삶을 지켜온 구천우 신부는 금년 1월부터 10개월간 자신의 삶을 구술하면서「3번의 눈물」을 보았다.
첫 번째는 외아들을 주님대전에 바치기 위해 온 정성과 사랑을 다한 어머님을 기억하는「인간적인 눈물」.
1951년 북한 전역을 휩쓴 괴질로 어머님이 돌아가시기까지는 변변한 효도 한 번 못했음을 마음 아파하는 노사제는 아들의 사제서품 때 남편을 여의신채『홀로 서울에 오신 어머님의「치아」를 새로 해드린 것이 자식으로서 유일하게 기쁨을 드린 일이었다』며 쓸쓸히 웃었다.
노사제는 이제는 갈 수 없는 그곳「침묵의 교회」가 돼버린 황해도「신천본당」을 떠올리면서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움이 사무친 떨리는 목소리로 신천시절 10년을 더듬어나가는 구신부의 모습은 분단이라는「역사의 질곡(桎梏)」이 한 개인의 삶에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각인(刻印)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인간적인 그리고 역사적인 아픔을 온몸으로 부딪쳐온 노사제는 지난 1963년 신학교에 몸담았던 시절을 기억하며「사제의 삶」을 당부하는 말로 마지막 눈물을 떨구었다.
『당시 신학생들에게 혹시 내가 시대착오적인 지도를 하지 않았나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후배 신부들은 거룩하고 공번된 교회를 증거해야 합니다. 한국 천주교의 비약적인 발전은 자랑거리인 동시에 사제들에게 큰 경고의 충격을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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