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일은 한국 천주교회가 설정한 제5회 자선주일이다. 자선하면 금방 떠오르는 것이 걸인에게 동전 몇닢 던져주거나 불쌍한 사람에게 얼마간의 동정과 인심을 쓰는 것을 얼핏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 교회가 목표하는 자선은 일반적의미의 자선개념과는 근본적으로 그 뜻을 달리하고 있다.
교회의 자선은 바로 신약성서상에 나타난「과부의 헌금」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 과부의 마음가짐과 행동이 교회의 자선정신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과부에게서 두 가지의 중요한 사실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하나는 예수님이 지적하신대로 다른 사람들은 다 넉넉한데서 얼마씩 냈지만 과부는『구차하면서도 있는 것을 다 털어 넣었으니 생활비를 모두 바친 셈』이라는 점이다.
곧 쓰고 남았거나 여유가 있는 돈을 얼마큼 나누어 낸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먹고 살아야할 생활비를 송두리째 바쳤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진정한 자선이란 자기의 삶 자체를 나누어주는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기에 진정한 자선은 자신의 희생과 고통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거기에는 자신의 편함과 안락보다는 이웃의 불우한 처지를 먼저 생각하는 사랑이 깔려있다고 하겠다.
또 하나는 자선을 하는 태도문제이다. 사람들은 흔히들 자기의 선행을 남에게 드러내고 싶어 하고 남이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 심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함이 없는듯하다. 오늘날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텔레비전이나 신문지상에 사진과 함께 액수에 따라 크고 작은 글자로 헌금자들이 소개되는 것을 보고 있다.
그런데 그 과부는 비록 액수 수는 적지만,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 바치면서도 남에게 드러나지 않게 겸손한 태도로 헌금했음을 알 수 있다.
예수께서는 자선하는 사람의 태도에 관해『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말라』고 하시면서『자선을 베풀 때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두라』고 하셨다.
오늘 자선주일을 맞아 주교회의 인성회 담당 지학순 주교를 그 메시지에서「참다운 나눔의 삶으로 생명이 있는 사회를 건설하자」고 호소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성실한 나눔, 다양한 나눔, 집요하고 끈기 있는 나눔, 평등한 나눔을 통해 실현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나눔들은 결국 개인과 교회공동체가 이당에 함께 사는 주변의 불우이웃들에게 가진바를 나누어주는 일차적인 나눔과 더불어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생명을 함께 나누는 적극적인 생명의 운동까지 전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구세주의 성탄을 두주일 앞둔 대림절에 자선주일이 시행되는 것은 바로 대림과 성탄간의 관계를 재조명하는데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즉 구세주성탄의 환희와 축복은 빈부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만민에게 내려져야한다는 사실이다.
이웃의 굶주리고 병들고 고통에 울부짖는 사람들이 가진 이웃들로부터 외면당할 때 성탄은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을 것이다. 진정한 자선이 참되고 복된 성탄을 맞는 지름길임을 강조해 두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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