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구 모 성당에서 주일저녁미사에 참례하고 그 본당 주일학교 고3 모임에 참석한 적이있다.
조그마한 교리실에는 방금 미사를 마친 20여명의 고3 남녀학생들이 앉아있고 일선학교 현직교사 한분이 출석을 부르고 있었다.
『오늘은 딱 5분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학력고사도 몇개월 남지않았습니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가까와졌습니다. 더운 여름방학을 정복하는 한가지 작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집중이 잘안되고 졸음이 많이오는 이때 여러분들은 효률적인 학습을 해야합니다. 어렵고 자신없는 과목을 잡고 낑낑대지말고 가장 자신있고 재미있는 과목을 집중 공략해서 더 많은 점수를 얻도록 노력하십시오…』 정확하게 5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동안 학생들은 피곤하고 흥미없는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참석한 몇몇 학생들에게 방금 선생님의 입시요령이 도움이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학생들은 한결같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했다. 이유인즉 그런 이야기는 학교에서 마르고 닳도록 듣는다고 일축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성당에 와서 조차 입시공부 이야기를 들을때 짜증부터 앞선다고 불평을 털어 놓았다.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좁은 교실에 앉아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암기위주의 시험공부에 시달리고 그런 날들이 일주일 계속된다고 했다. 유일하게 자신들의 시간을 가질수 있는 일요일, 차분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성당에와 주일학교 친구들과 한주일동안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누며 머리를 식히는 것이 자기네들의 행복이라고 했다.
이들 학생들은 대부분 성적이 좋은 편이었는데, 그들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생기를 잃고 있었다. 그들은 요사이 머리가 자주 아프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러울 때가 많다고 했다.
한 학생은 문득 「평화대행진」은 왜 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학생에게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보느냐고 물었더니 그런것들을 볼 시간은 없을 뿐 아니라 아예 집에서 텔레비젼을 다락방에 감춰버렸다고 했다.
그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外誌에서 본 프랑스의 한 감옥안의 모습이 떠올랐다. 흐린 눈빛, 창백한 얼굴, 큰 키의 구부정한 허리를 가진 죄수들, 그들의 백치같은 질문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