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와 시숙님의 행위는 이 세상 어디에도 찾아보지 못할 것 같다. 한가정도 부양 못하시면서 첩을 거느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첩에 자식까지 두는 집안이었다. 그런 집안에서 나는 일을 이렇게 되고 보니 남편의 학대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당시 나의 몸은 쇠약해져 빈혈증으로 많은 고통을 당해야만했다. 그중에 또 임신이 되어 남편은 애기를 떼라고 나를 못살게 굴었다. 죄를 짓지 않고 살고 싶은 나에게 자꾸만 일이 생겼다. 부부간에 애정이 깊어서 자식을 낳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술에 취해 어쩌다 한 번씩 자식이 생기곤 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남편은 병원에 가서 애기를 떼지 않는다고 호통이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주님께 매달렸다.『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도와달라』고 늘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저절로 낙태가 되는 것이었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께서는 나의 기도를 들어주셨던 것이다. 이렇게 괴로운 고통에 빠져있는 나를 버리지 않으시고 도와주셨던 것이다.
남편은 이제 끝장을 내려고 자기형님과 함께 이혼을 제의해 왔다. 모든 일을 친정 가족들에게도 알렸다. 나의 친정에는 형제들은 많으나 그리 넉넉하게 살지는 못했다. 동생과 거래한 일이라 늘 숨겨왔었다. 큰언니께서 아시고는 일을 수습하려고 보니 부채가 너무 커져 있었다. 지금부터 8년 전 빚은 돈 액수는 이자가 늘어 약 1천만원이 되었다. 친정형제들은 부채를 해결해 보려고 궁리 끝에 남편에게 이백만원만 좀 갚아달라고 하니까 어림도 없었다. 나에게 무조건 친정에서 해결하라고 호통이었다.
그러면서 당장 합의이혼을 하자고 졸랐다. 빨리 돈을 갚지 않으면 자기가 갚아주어야 된다며 돈을 다 갚고 난 뒤에 다시 재결합해 살자며 생각할 여유조차 주지 않고 시숙이 이혼 서류를 가지고 왔었다. 나는 남편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돈을 조금이라고 갚아 줄 사람이 아니기에 이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돈을 다 갚고 다시 재결합해 살자는 그 말을 믿고 이혼을 했던 것이다. 막상 이혼을 하고 난 뒤에는 이제 남이라면서 그렇게 냉정 할 수가 없었다. 돈 한 푼 없이 맨몸으로 또 임신 2개월이 된 아이를 가진 채 벽에 걸려있는 십자고상을 품에 안고 집을 쫓겨났다. 어린자녀들을 두고 강제로 쫓겨날 때는 정말 피눈물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집을 나서니까 갈 때라고는 친정뿐이었다. 친정에 가서 이혼을 했다고 하니 난리가 났다. 어머니께서는 이혼 소식을 듣고 몇 번이나 졸도하셨다.
천지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남편에게 속았던 것이다. 남의 부채를 해결하고 다시 살자던 남편은 얼마 안가서 장가를 든다고 소문이 났다. 나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집에 두고 온 딸들이 보고 싶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나의 육체는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괴로운 고통 속에서 헤매야만 했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 생각할 때마다 나의 여동생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지만「원수를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이 나를 항상 참게 했다.
빚진 부채는 형제들의 도움으로 반절로 갚아주고 해결을 보았다. 돈 빌려준 그분들은 정말 고마운 분들이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이 아니고 무엇일까?
내가 집을 나온 뒤로 시어머니께서는 냉담을 하시고 남편은 새장가를 들었다. 두 달도 채 못돼 다시 맞아들인 부인은 쫓겨나고 시어머니께는 많은 시련이 닥쳤다. 멀쩡한 눈이 아파 한쪽시력을 잃었고 팔을 다쳐 6개월간이나 고생을 하셨다.
남편 집안은 엉망이고 두고 온 딸들은 팔이 말이 아니었다. 나에게서 집을 나올 때 임신한 아기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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