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절친한 고교시절 한 친구의 집들이 모임이 있었다. 이제 두 자녀가 다 대학에 들어가게 되어 구태여 공해에 찌든 서울시내에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어 서울 근교시골에 자그마한 집을 짓고 이사한 것이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아침 서울로 출근을 하면서 매연에 덮여있는 속으로 차를 몰고 들어올 때는 마치 독가스실로 들어가는 느낌을 갖는다고 했다.
친구의집은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주변 산천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기에 좋았을 뿐 아니라 공기가 달고 물맛이 산뜻한 곳이었다. 집들이 모임에서 돌아오는 길은 나에게는 더욱이 오늘날의 환경오염문제를 심각히 일깨워주는 것이었다.
그가 말했듯이 출근 시 서울 근처만 오면 이미 공기냄새가 달라지고 엷은 독가스에 찬 속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사려고 발버둥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면 참으로 기막힐 노릇이라고 하는 것이 실감난다. 나에게 환경공해문제의 전문가로서 근래의 도시생활을 다시 생각하게 한 것이었다.
몇 년 전 쥐들의 기생충보유상상을 연구하기위하여 들쥐, 집쥐 및 시궁창 쥐들을 잡아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때 놀란 것은 들쥐나 농촌의 쥐에서는 기생충감염도 낮았지만 대체로 그들의 각 기관은 건강하였다. 그러나 도시의 시궁창쥐는 많은 기생충 감염율과 더욱이 폐병 그리고 암 조직들이 많이 보였다. 대체로 외견상으로는 농촌의 들쥐에 비하여 도시의 쥐들이 몸무게나 크기는 더 무겁고 컸다. 도시의 쥐는 시궁창을 돌아다니며 먹이는 배불리 찾아 먹을 수 있으나 많은 오염물질을 또한 동시에 먹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도시에 사는 우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근래의 우리나라의 질병통계를 보면, 제1의 사망원인이 암이다. 인구10만명 중 연간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92명으로, 사망자중 약4명중에 1명이 암으로 기인한다(1986년 보건통계)
불과 20~30년 전만하여도 우리나라의 사망력은 대부분은 장티프스, 콜레라, 결핵, 홍역, 죄염 등등의 미생물학적 질환이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이들 미생물학적질환은 대부분 퇴치되었고, 고혈압 등의 현대병이라고 일컫는 만성적 질환이 등장하였다. 이들 암이나 고혈압 등은 현대문명이 낳은 화학물질에 의한 것이 대부분으로 문명병이라고도 불리운다. 이제 우리도 문명시대에 살고 있는 죄 값을 치루고 있는 것인가?
과거의 질병은 주로 병원성 세균임으로 몸을 청결히 하고 물과 음식을 잘 끓여먹으면 예방이 되었다. 과거는 개인이 주의를 잘 기울이면 병원성 세균 등에 의한 질병의 이환을 막을 수 있으므로 개인위생 시대이었다.
그러나 현대는 아무리 음식을 끓여먹거나 목욕을 자주한다고 해도 오염물질을 떨쳐버릴 수 없다. 자동차 매연, 공장굴뚝으로 부터 내뿜는 연기 그리고 가정의 보일러가스와 연탄가스로 도시의 공기는 뿌옇게 그중에는 많은 유독성 아황산가스와 발암성인 탄화수소류화합물들로 오염되어있다. 매일 마시는 수돗물은 또한 각종공장폐수, 가정하수, 농약으로 오염되어 있을지 모른다. 음식물 또한 그렇다. 각종 채소와 곡식은 농약으로 오염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농촌에 가보면 논과 밭에 메뚜기가 없다. 얼마나 많은 농약을 뿌리 길래 메뚜기가 전멸을 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인간은 괜찮을까?
사람이 오염물질을 섭취하는 경로는 주로 호흡하고 마시고 먹는 과정이다.
오염되지 않는 것은 없다. 공기ㆍ물 그리고 음식중의 유독성화학적오염물질은 끓여서 없앨 수가 없다.
암의 원인물질을 누구나 마시고 먹고 호흡하고 있다.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다. 암이라는 병은 현대인에게 내려진 문명의 벌이다. 암의 원인물질인 각종유독물질들은 현대문명의 산물이며 바로 현대문명수준의 반영인 것이다. 질병의양상도 또한 우리의 생활 즉 문명수준의 표현이다.
하느님이 천지창조후 만물을 바라다보시며『참 좋더라』하시고 인간을 창조후『모든 만물은 다 너희들 것이나 잘 정복하라』하시었다. (창세기 중에서)
인간이 오늘날의 문명을 이루고 사는 것은 지금까지는 자연을 개발하고 이용함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자연의 개발과 이용은 자연생태계의 파괴와 멸살을 또한 의미한다. 즉 오늘날 문명은 자연파괴와 오염의 결과이다.
이제 하느님이 인간에게 준 권한인「자연의 정복」의 뜻을 깊이 생각할 때인것 같다. 정복은 짓밟고 억누르며 더렵혀도 되는 것인가? 아마도 정복의 의미 중에는 잘 다스리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만일 암이 불치의 병이라면 인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노아의 홍수가 또다시 내리거나 불의 심판을 받아 모든 오염물질을 깨끗이 씻어 내리거나 불살라버리고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져야만 될 것인가?
노아가 홍수 후에 비둘기를 세상에 내보내어 둘러본 자연은 참으로 깨끗한 오염되지 않은 세상이었으리라.
지금은 공기도, 물도, 산천도 그리고 인간도 오염물질로 모두 병든 세상이다. 오염물질은 양의 과다에 따라 가시적으로 병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잠재되어 있기도 하다.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는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세상을 생각해 본다.
하느님은 현재의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다보시고 계실까?
다시 구세주가 나타나시어 세상을 구하실 것인가?
그러나 조용히 기대하여본다.『믿는 자는 무슨 독을 마시어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자는 나으리라』(마르꼬 복음16장15절 이하)라고 하신 말씀대로 사회 정의적 차원에서 환경오염방지를 위하여 누구나 윤리감을 다시 새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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