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해방과 성모승천대축일이 8월 15일 같은 날 맞이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나온바 있다.
성모 마리아와 대한민국, 그리고 한국천주교회는 그만큼 깊은 관련을 오래전부터 맺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있다.
우리 가톨릭교회가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다고 말할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우리나라가 36년간이란 압박에서 벗어난 날이 성모님의 영광스러운 승천축일과 합치된 것은 우리교회편에서 해석할 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보는 것이다.
그것은 성모님이 우리나라와 백성의 처지를 가엾게 여기시고 사랑하신 나머지 왜인의 압제에서 풀려나 자유스럽게 살도록 해주셨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40년 가깝도록 일인독재체제에서 신음하고 고통을 당해오다가 「소위 6·29민주화선언」으로 바야흐로 민주적인 새삶을 찾으려는 문턱에 서게된 것도 바로 성모님의 은덕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없지않다. 그 이유는 지금 시기가 바로 성모성년(聖母聖年) 기간으로 대한민국과 그 국민들에 대한 성모님의 또다른 애정표현으로 보는 것이다.
어쨌든, 대한민국의 해방과 민주화의 시도가 사실 성모님의 특별한 은혜인가 아닌가하는 문제는 차지하고라도, 우리들 신앙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기회가 성모님을 다시한번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겠다는 것이다.
곧 성모 마리아께 대한 신심을 재정립하고, 성모님의 여러 메시지들을 새삼 깨닫고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지난 6월 7일 성모성년이 개막되던 날, 우리는 텔레비전을 통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세계 주요 가톨릭교회인사 및 고위 성직자들이 묵주의 기도를 열성껏 바치는 장면들을 목격했다. 또 「루르드」나 「파티마」 등 세계 16개지역 성모발현지에 각국에서 모여든 수십만명의 신자들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기도했다.
우리는 혹시 그들의 그토록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구경만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는 별로 기도할것도 없고, 애절히 구할일도 없는데, 저 사람들은 무슨 죄를 저렇게도 많이 범하고, 청할 것이 그토록 많아 그 딱딱하고 축축한 맨흙땅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지 모르겠다고, 탄식겸 의아심을 가진 사람도 없었는지 모른다.
과연 우리는 기도할 일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기도가 필요없다고 단정해버렸기 때문인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우리 교회내에서 자꾸만 기도가 줄어들고 그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중에서도 묵주의 기도는 시간이 오래걸리고 같은 기도문을 되풀이해야 하기에 젊은이들로부터특히 배척을 받고있다고 한다.
성모님의 특별한 사랑과 은혜를 받았다고 자부하는 아니라, 이 교회에서 성모님이 요청하신 묵주의 기도를 외면하고 『회개하고 기도하라』는 메시지를 내팽개 칠 때, 성모님은 이 나라와 교회를 어떻게 대하실까? 인간, 성모마리아의 승천으로 우리에게도 승천의 은혜가 부여돼있음을 재확인한 이날, 한국교회에 기도하는 운동이 새롭게 일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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